"대선배와 연기하는 영광, 또 다른 장르물로의 개척지점" 배우 이동휘가 자신에게 준 디즈니+ '카지노'의 의의를 이렇게 말했다.
24일 서울 삼청동 카페 죠콩드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카지노' 속 핵심 캐릭터 '양정팔' 역의 배우 이동휘와 만났다.
'카지노'는 돈도 빽도 없이 필리핀 카지노의 전설이 된 '차무식'이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벼랑으로 치닫는 과정의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동휘는 극 중 차무식(최민식 분)의 사업파트너이자 카지노 에이전트인 '양정팔' 역을 맡아 활약했다. '응답하라 1988' 동룡, 영화 '극한직업' 영호 등 재치와 진지함을 오가는 연기매력을 지닌 그의 스펙트럼 넓은 반전연기와 함께 최민식, 손석구 등 주연배우들과의 케미는 스토리라인을 여는 또 다른 핵심이 됐다.
-'카지노' 결말에 대한 생각?
▲시청자로서는 차무식이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아서 다음 시즌의 여지를 남기기를 바랐다. 하지만 기획때부터 불나방같이 타버리는 허무한 남자의 모습을 그리자는 현실적인 엔딩 의도가 있었다.
정팔의 엔딩은 하나의 브릿지라 생각한다. 그 상태에서 시즌제로 이어진다면, 나중에 정팔 캐릭터가 죽었을 때 정말 장례식 찾아갈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웃음)
-양정팔 캐릭터 몰입의 중점?
▲사실 캐릭터 이해가 너무 어려웠다. 너무 자기만 아는 무책임한 성격으로 저조차도 현실이라면 손절할 정도였으니까.
그러던 찰나에 '진심이 없는 듯한' 느낌의 주변경험을 통해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흑화되는 양정팔을 만들어나갔다.
-차무식(최민식 분)과 김소정(손은서 분)을 향한 양정팔 감정서사는?
▲우선 차무식과의 엔딩서사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총격전 상황 속에서, 배신을 이유로 '죽음'의 공포가 닥쳤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골프장 신에서 자신의 무능력함을 자각시켰던 차무식을 향한 실망을 바탕으로 원초적인 생존본능이 발휘된 것이 엔딩으로 나타난 것이다.
김소정 감정서사는 양심의 가책이자, 동질감이다. 차무식에게 소개하지 않았으면 부모님이 돌아가신 줄도 모른 채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일말의 양심, 자신도 마찬가지로 돈을 좇는 삶 속에서 그리 되지 않을까 하는 감상적인 부분이다.
-캐릭터 특성 상 최민식과의 케미가 거듭됐다. 관련 에피소드?
▲코로나 격리로 두달 반 동안 필리핀 현장에 있으면서, 할 수 있는 건 대본을 보는 것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 덕분에 집중도 면에서는 최고였다고도 할 수 있다.
그 가운데서 최민식 선배와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현장에서는 물론 선배 호텔룸 전화에 포스트잇으로 '동휘-방번호' 써있을 정도로 통화도 자주 했다.
이같은 호흡이 특히 잘 발휘된 것이 골프장 신이다. 정팔의 흑화에 꼭 필요한 장면이었는데, 선배가 연기적인 에너지를 다해서 만들어주신 분위기에 캐릭터의 인간적 감정을 더해 완성했다.
또한 현장에서는 솔선수범하시는 선배로 많은 것을 배웠다. 원활한 현장을 위해 한 시간 일찍 도착하시고, 후배들을 계속 포용해주시면서도 겸손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는 등대같은 존재였다.
-최민식과 함께 손석구와의 케미도 특별했다. 그로부터의 영감은?
▲촬영하는 동안 방영된 '나의 해방일지'와 함께, 석구 형은 필리핀 현지에서 '석구 히얼?'하며 찾는 팬들도 있을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웃음)
(손)석구 형의 노력이 '카지노'의 개연성과 캐릭터의 입체감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완벽하게 자신의 캐릭터를 연구하고 고민하는 것은 물론, 그 이상의 서사를 생각하는 훌륭한 배우다.
배우로서의 자극도 많이 줄 수 있는 늘 함께 하고픈 배우다.
-인상적인 장면?
▲최민식 선배의 모든 신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모니터링 하면서 본 선배의 눈은 정말 배우였다. 각기 다른 배우들과 호흡하며 분위기를 채워나가는 데서 감동을 받았다.
개인 신으로는 소정 집 앞에서 꽃다발 던지는 신이다. 대본 상으로는 단순히 전화를 받지 않는 것에 이상함을 느끼는 것에 그치는 수준이지만, 회의 끝에 개연성을 더하는 하나의 서사를 만들었다.
-응팔 동룡, 극한직업 영호, 카지노 정팔, 이동휘가 꼽는 애착캐릭터?
▲선택을 받는 직업인 배우로서는 캐릭터에 있어 생계측면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한 가지만 안주한다면 배우로서는 발전이 없다. 이러한 현실과 이상의 충돌은 어느 배우나 겪는다.
저는 그 지점을 독립영화를 통해 해소한다. 안주하지 않고 플레이어로서도 아티스트로서도 꾸준히 쌓다보면 어느 정점에 다다를 것 같다.
-이동휘에게 카지노란?
▲또 다른 숙제다. 대선배와 연기하는 영광은 물론, 또 다른 장르물로의 개척지점이었다.
서사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부드럽게 풀기도 해야했고, 그 과정에서 기존 캐릭터와 겹쳐보이는 부분도 분명 존재했다.
더 신중하게 작품을 택하고, 대중의 기대에 보답할 수 있는 캐릭터 연기들을 선보이기 위한 숙제는 여전히 진행될 것이다.
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