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가 한국을 찾아 관련 정부 부처, 국회, 통신·인터넷 기업을 방문한다. BEREC 의장단은 통신 선진국 우리나라의 5세대(5G)·6G 이동통신 활성화 정책방안과 망 중립성·망 이용대가 정책에도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통신정책이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콘스탄티노스 마셀로스 BEREC 의장(그리스)과 독일, 크로아티아, 네덜란드 등 부의장으로 구성된 대표단 9인은 3일 방송통신위원회 방문을 시작으로 한국 정부·단체를 잇달아 면담할 예정이다.
BEREC는 지난 2009년 유럽 내 전기통신 규제기관들이 디지털 시장 규제·활성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내에 설치한 독립 자문기구다. 한국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유사한 역할로, 직접 규제를 수행하진 않지만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보고서 등을 참고삼아 정책을 수립하도록 조언한다.
BEREC는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SK텔레콤, 오픈넷 등과 순차적으로 회동할 예정이다.
BEREC 의장단 방한에서 관심은 단연 '망 이용 대가' 문제다. BEREC는 지난해 10월 '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통신사(ISP) 간 대가 지불 체계에 대한 예비 평가서'를 발간했다. BEREC는 보고서에서 유럽 통신사가 주장한 '발신자지불제도'를 비롯해 글로벌CP에 대한 망 이용 대가 부과에 부정 입장을 피력했다. 이는 EU가 추진하는 기가비트 인프라 법안을 통한 '인터넷에 대한 공정 기여' 정책과 맥락이 완전히 달랐다는 점에서 세계 규제기관과 정보통신기술(ICT)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이에 따라 BEREC는 한국 방문을 통해 기술·인프라 진화 정책 방안을 확인하는 동시에 망 이용 대가 정책과 관련해서도 세계에서 가장 첨예한 분쟁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망 이용 대가 분쟁을 중재한 경험이 있다. 조승래 의원은 '망 무임승차 방지법'과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을 발의하고 글로벌CP의 망 무임승차 문제에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구글 등 후원을 받고 있는 오픈넷은 망 이용 대가가 인터넷 자유를 해친다며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 통신 또는 CP 등 한쪽 편에서만 쓰인 보고서와 편중된 입장이 아니라 현장의 정책·분쟁 당사자를 직접 만나고, BEREC가 EU에 공정하고 바람직한 정책을 조언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날 BEREC 의장단은 첫 번째 방문지인 방통위에서 김효재 상임위원과 면담했다. 김 위원은 방통위가 추진하는 플랫폼 규제 현황, 신유형·신기술 서비스가 이용자에게 미치는 이슈에 따른 보호 방안 등에 대해 마셀로스 의장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나눴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