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안형환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후임으로 최민희 전 의원 추천안을 단독 처리한지 열흘이 지났지만 대통령 재가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방통위 업무 차질과 공백이 계속될 전망이다.
◇최민희 전 의원 추천안 두고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설전'
방통위 설치법 제5조 제2항은 총 5인의 방통위원을 △대통령 지명 2인 △국회 추천 3인(여당 교섭단체 1인, 야당 교섭단체 2인)으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방통위원은 △대통령 지명 한상혁·김창룡 △민주당 추천 김현 △국민의힘 추천 안형환·김효재 등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며 집단 퇴장한 가운데 최 전 의원의 방통위원 추천안을 단독 가결했다. 민주당은 안형환 부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야당 시절 추천한 인사로 이 자리가 야당이 추천하는 자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10일 “국민의힘은 본인들이 야당 시절 야당의 몫으로 추천했던 상임위원의 후임 자리를 두고 또 본인들이 추천하겠다고 우기고 있다”며 “정권이 교체된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스스로 여당 신분을 망각하고 야당 몫까지 다 차지하겠다고 딴청”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 자리가 자당이 추천했던 몫이라고 밝히며 최 전 의원에 대한 방통위 상임위원 추천안 철회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과방위 위원들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최민희 후보는 민주당이 여당 위원 추천 몫을 도둑질한 것이므로 애초부터 자격이 없다”며 최민희 전 의원이 임명되면 현재 한상혁 방통위원장, 김현 상임위원을 포함해 야권 몫 2인을 초과하게 돼 방통위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 후보의 그간 걸어온 길과 각종 불법 혐의, 정언 유착, 좌우를 가르지 않는 망언, 편협한 사고, 좌편향된 정파성 등의 문제로 막중한 임무를 맡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업무 공백 3∼4개월 지속…정책 기능 약화 전망”
방통위원 임명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최 전 의원 임명에 앞서 인사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실 기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임명까지는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5일 임기가 끝난 김창룡 방통위 상임위원 후임 인선도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전 위원 후임 자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하게 돼 있다.
상임위원 5인 중 2인 공백이 길어지면 방통위는 당분간 의결 가능 최소 정족수 3인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상혁 위원장 임기는 오는 7월 31일, 김효재·김현 위원 임기는 8월 23일까지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 몫인 김창룡 위원 후임도 내정되지 않은 것을 보면 최민희 전 의원 임명도 반려될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한상혁 위원장 거취가 결정돼야 나머지 상임위원도 임명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방통위 상임위원 임명이 상당히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며 3~4개월 정도 방통위 업무 공백 이슈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상반기 방통위 의결이나 정책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혜미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