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가동률이 회복되고 있다. 최신 공정인 4~5나노(㎚) 수율이 안정화되면서 고객사의 주문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저점을 지나 회복 국면에 들어설지 주목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12인치 파운드리 가동률은 2분기 현재 9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지난해 말과 올해 1분기 80% 안팎까지 떨어진 가동률이 10%포인트(P) 정도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를 끝으로 파운드리 시장이 침체 국면에 빠진 뒤 나타난 첫 반등이다.
초미세 공정 중심으로 고객사의 주문이 늚에 따라 가동률이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5나노 공정 수율이 안정되면서 반도체 설계부터 양산까지 진행하는 '턴키' 프로젝트가 늘고 있다”면서 “4나노도 양산을 위한 수율을 충분히 확보, 프로젝트 추진 문의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4~5나노는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앞선 '최선단' 공정으로 꼽힌다. 자율주행을 위한 차량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나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용 반도체 공정으로 주목받고 있다. 급성장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역시 다수가 이 공정을 활용해 생산되고 있다.
반도체 설계 업체의 주문을 받아 칩을 생산해 주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이 같은 고성능 칩 의뢰가 늘고 있다는 것은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돼 주목된다. 특히 자동차·고성능컴퓨터(HPC)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AP 등 첨단 반도체가 수요를 견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성장성 큰 자동차와 HPC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사장은 지난달 말 개최된 한국공학한림원 포럼에서 “지난해와 2021년에 HPC 쪽 수주가 많이 이뤄졌다”면서 “고부가가치인 HPC와 오토모티브 쪽으로 파운드리 고객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운드리 가동률 회복이 시스템 반도체와 반도체 전체 시장 반등을 예고하는 신호가 될지 주목된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악화로 반도체 수요처인 PC·노트북, 스마트폰, 가전 등 완제품 판매가 여전히 부진하지만 일부 반도체의 경우 바닥을 지나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도체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나 데이터센터와 같은 기업 고객의 수요 회복 여하가 산업 반등을 결정하는 관건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파운드리 가동률도 일부 높아지는 추세지만 반도체 시장 전체 회복은 올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내 고성능컴퓨터(HPC)·오토모티브(자동차) 고객 비중 증가 및 목표>
(자료 : 삼성전자)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