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세계 최초 12단 HBM3 개발..."하반기 양산"

SK하이닉스가 D램 12개를 수직으로 쌓아 올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개발했다. HBM은 적층으로 성능과 용량을 대폭 키운 메모리로, 10단 이상으로 쌓은 건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 SK하이닉스가 두각을 나타내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20일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으로 적층해 업계 최고 용량인 24기가바이트(GB)를 구현한 HBM3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HBM은 기술 수준에 따라 1세대, 2세대(HBM2), 3세대(HBM2E), 4세대(HBM3)로 나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업계 처음으로 4세대 제품인 HBM3를 양산한 데 이어 기술 한계를 극복하는데 성공했다.

D램 적층은 기술 난도가 높아 지금까지 8단까지 쌓는 데 그쳤다. 용량도 16GB가 최대였다. 12단 적층은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용량도 현존하는 HBM 중 가장 큰 24GB를 구현했다. D램 메모리는 용량이 클수록 더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12단 적층 HBM3. 최고 용량인 24GB를 구현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12단 적층 HBM3. 최고 용량인 24GB를 구현했다.

SK하이닉스는 어드밴스드 MR-MUF을 적용, D램을 여러 단으로 쌓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반도체 칩 사이에 액체 보호재를 주입해 굳히는 공정이다. 칩을 쌓을 때 필름 소재를 까는 기존 방식 대비 회로 보호와 열 방출에 효과적이다.

회사는 또 수천 개 미세 구멍을 뚫어 상하로 관통하는 전극 연결 패키징 기술인 TSV도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TSV는 반도체 적층 등 패키징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이다. SK하이닉스는 TSV로 최대 819GB/s 속도 HBM3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풀HD 영화 163편을 1초에 전송할 수 있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HBM3 신제품 샘플을 다수 글로벌 고객사에 제공, 성능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반기 내 양산 준비를 마치고 하반기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천 공장에서 만들 계획이다. 챗GPT 등 고성능컴퓨팅(HPC)을 요구하는 생성형 AI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다. 이번 신기술 개발로 시장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대규모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AI 분야 시장 선점도 기대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강자인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 HBM3를 사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HBM 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 최대 45%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AI 서버 출하량이 늘어나면서 수요를 견인, 메모리 제조사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망이다.

홍상후 SK하이닉스 부사장(P&T담당)은 “후공정 기술력을 바탕으로 초고속, 고용량 HBM 제품을 연이어 개발할 수 있었다”면서 “상반기 내 양산 준비를 완료해 AI 시대 최첨단 D램 시장의 주도권을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이천 반도체 공장
SK하이닉스 이천 반도체 공장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