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팝 아이돌 콘셉트가 단순해졌다. 팬데믹 이전까지 특별한 세계관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엔데믹 기조가 본격화된 최근 음악, 퍼포먼스, 비주얼 측면에서 많이 가벼워진 모습이다. 반면 복잡해진 부분도 있다. 메타버스 기반 버추얼 그룹들은 단순한 화제성 몰이와 달리 세계관과 콘셉트에 좀 더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단순해진 현실 그룹과 복잡해진 버추얼 그룹의 차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엔터테인&에서는 최근 인기 그룹들의 방향성에 대해 알아봤다.
◇현실 그룹, '글로벌 향' 쉬운 말찾기
지난 2010년 이후부터 2020년 직전까지 K팝 그룹들은 808, 트랩, EDM 등 글로벌 인기 음악요소들을 더한 강렬한 사운드와 이를 배경으로 한 각자만의 세계관 퍼포먼스로 현실을 비유적으로 표현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기세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대두와 함께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음악 트렌드 전환 등 기본적 변화와 함께 비대면·숏폼 강화 등이 핵심 요소가 됐다. 특히 소통 패러다임을 양방향 구조로 바꾼 숏폼 플랫폼 대두는 팬데믹에 따른 심적 위로 필요성과 함께 더 직접적이고 단순화된 화법을 요구하게 됐다. 그로 인해 음악이나 퍼포먼스 면에서 '공감'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기존보다 단순한 접근은 물론 세계관 강조도 점차 줄었다.
이 같은 흔적은 최근 인기 강세인 걸그룹 대표곡과 활동에서 비쳐진다. 뉴진스는 데뷔곡 'Hype Boy'나 최근 인기곡 'Ditto' 등 또래 청소년들의 자연스러운 성장 면모와 마음을 강조했다. 아이브 역시 'MZ워너비'라는 키워드와 함께 'ELEVEN-LOVE DIVE-After Like' 싱글 3부작에 이어 최근 'Kitsch, I AM' 등 주류 리스너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또 데뷔곡 LATATA부터 지난해 TOMBOY-Nxde 등 신드롬을 일으킨 (여자)아이들, Dynamite·Butter, Yet to come 등 완전체 곡과 멤버 솔로 릴레이로 현실 공감을 자극한 글로벌 아티스트 방탄소년단, 올해 첫 앨범 'FML'로 발매 첫 날 앨범 399만장 판매고 역사를 쓴 '글로벌 청춘 아이콘' 세븐틴 또한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공감형 음악으로 사랑받고 있다.
여기에 중소형 아이돌들 역시 숏폼의 가벼운 화법을 타고 상당한 탄력을 받고 있다. 스테이씨(STAYC)가 대표곡 'ASAP'부터 최근 'Teddy Bear'에 이르기까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애슬레틱 돌' 콘셉트와 함께 등장한 하이키(H1-KEY)는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고, 데뷔 5개월차 피프티피프티는 첫 싱글곡 'Cupid(큐피드)'와 함께 미국 빌보드 핫100 60위, 글로벌200 9위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모습은 대중의 실질적인 피드백이 표출되는 숏폼 플랫폼에서 '챌린지'라는 이름의 소통 릴레이와 함께 세계관적인 움직임이 강했던 3~3.5세대에 이어 4세대 그룹으로서 현실을 느끼게 한다.
◇버추얼 그룹, 현실감 위한 치밀한 세계관 찾기
카카오엔터 주도 버추얼 걸그룹 프로젝트 '소녀리버스'나 넷마블이 지원사격한 가상아이돌 '메이브' 등은 현실과 가상의 연결고리 여부와 함께 세계관적 관점 설명에 보다 공을 들이고 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소통 노력은 물론 영상미와 직접적인 메시지를 더한 소셜콘텐츠 등 노력이 비친다.
컴백을 앞둔 에스파(aespa)가 시즌1 블랙맘바 대결 당시 가상의 광야에서 ae-에스파와 연결감을 강조하며 확장성을 이야기한 것과 함께, 세계관 조력자 가상뮤지션 나이비스 서사를 새롭게 준비하는 등 버추얼 아티스트 세계관 구축은 더 복잡해진 모양새다.
버추얼 아이돌계 세계관 강조는 현실 인간보다 더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확장성을 감안한 것과 동시에 단순히 실제 인간과 같다는 설명만으로 부족한 기존 버추얼 휴먼, 메타버스 휴먼 등 현실성 부족이란 약점을 해소하며 공감대 형성을 이끌고자 한 것이다.
물론 복잡한 세계관을 바탕에 둔 현실 아티스트 컬러가 기본적으로 존재하지만 가볍고 쉬운 이해도의 현실 음악과 더욱 치밀하고 연결감 있는 버추얼 음악 차이는 음악적인 장르 유행이나 창작기술, AI를 더한 플랫폼 진화 속에서 더 대비되는 형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글로벌 대중이 원하는 것은 체감이다. 그에 따라 현실 그룹과 버추얼 그룹의 체감 컬러는 분명 다를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많은 현실 그룹과 가상 그룹이 등장하는 가운데 음악, 무대, 공연 등 전반을 아우르는 키워드로서 실제감과 대중 상호작용성을 감안한 각 계통의 스토리라인 구축과 마케팅 차이는 현실적인 가벼움과 가상적인 무거움 두 방향을 중심으로 더 다양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선 전자신문인터넷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