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디스플레이 침체기는 항상 혁신의 시간이었다.”
나이겔 헌톤 인티백 최고경영자(CEO)가 12일 제주대 아라캠퍼스에서 열린 제12회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주포럼에서 “차세대 기술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불황을 극복할 키(key)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한국과 글로벌 기업이 반도체·디스플레이 불황 시 설비투자(CAPEX)가 감소하는 상황 속에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기술적 진화를 이뤄내는 등 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했다는 의미다.
헌톤 CEO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발전적 미래를 위해 기술 혁신과 데이터, 프로세스와 인력, 핵심 비즈니스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회를 포착,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 중요성도 강조했다.
산업 침체기라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중심으로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술,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고 효과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하며 최고의 인재를 발굴·양성·채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헌톤 CEO는 휘거나 접을 수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기, 차량용 커버 글라스, 스마트 글래스를 현재 디스플레이 산업의 기술 트렌드로 제시했다.
또 AR 장치용 접안렌즈 모양으로 절단할 준비가 된 코닝의 고굴절률 글라스 웨이퍼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CES와 MWC에서 선보인 안과 밖 두 번 접히는 ‘플렉스S’·안으로 두 번 접히는 ‘플렉스G’, 애플 차세대 카플레이, 메르세데스 벤츠의 하이퍼스크린 등을 디스플레이 혁신사례로 꼽았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는 유리 소재 활용을 전망했다. 헌톤 CEO는 “차세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는 유리로 만들어질 것”이라며 “유리 기판은 차세대 HDD 개발의 중요 구성 요소로 더 얇고 가벼운 플래터 생산이 가능해지고 재활용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전문가 역시 지금을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위기임과 동시에 도전과 변화할 수 있는 시기라고 규정했다.
이윤우 전 삼성전자 대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은 팬데믹과 원자재 수급 불안정, 물류 대란 등 역경과 불확실성 위기를 거쳐왔다”며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반도체 수요 부진, 미·중 반도체 기술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고조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러나 정부가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 챗GPT·전기차 등은 신규 시장 창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석학교수)은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 70%를 가진 한국과 파운드리 산업을 거의 독점한 대만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커버하기 위해 미국·일본과 유럽연합(EU)이 새로운 투자를 시작했다”며 “한국과 대만에 편중된 반도체 산업을 다각화하기 위한 국제적인 시도”라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산업 침체기에는 혁신과 기술, 새로운 생산, 더 많은 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며 “세계 최고 반도체라는 목표를 갖고 2023년 산업 불황 바닥을 찍고 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반·디 제주포럼은 제주대 반도체디스플레이연구센터와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가 공동 개최했다.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위기와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를 주제로 챗GPT 출현에 따른 반도체 산업 변화를 전망하는 시간까지 가졌다.
제주=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