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무너진 국가시스템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치논리에 매몰된 정책과 시스템을 타파해야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을 ‘원포인트’ 교체한 데 이어 공직사회에 또다시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념이나 정치 논리가 시장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 탈이념과 탈정치, 과학 기반화가 바로 정상화”라면서 이같이 주문했다. 17분간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은 생중계로 국민에게 전달됐다.
국가에 활력과 혁신을 일으키려면 국가시스템, 즉 공직사회부터 정상화돼야 한다는게 윤 대통령 판단이다. 윤 대통령은 “이념에 매몰된 반시장적 정책으로는 지정학적 갈등,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 공급망 교란과 기후 환경 위기와 같은 지금의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역설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주요 선진국과의 정상회담 등을 돌아보며 정치 매표를 위한 포퓰리즘 정책을 경계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날의 국익은 단선적으로 정의될 수 없다. 안보 이슈, 경제 이슈, 기후, 보건 협력 등 글로벌 어젠다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종합적이고도 입체적인 외교를 펴야 한다”며 “정부, 기업, 국민이 각자 뛰는 외교가 아니라, 민과 관이 함께 협업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서로 공유해야 하고, 정부는 우리 기업과 국민이 국제무대에 나가 활발하게 기업활동을 펴고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모든 외교 행위는 자유와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와 국제규범에 기반해야 하고, 우리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에 기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퍼주기 논란’을 불러왔던 전임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전 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황폐화 직전에 놓여 있던 우리의 원전 역량을 다시금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이념이나 정치 논리가 시장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 탈이념과 탈정치, 그리고 과학 기반화가 바로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전 시공과 운영 능력을 극대화하면서 탈탄소 에너지 전환 대열에 나서는 국가들과 국제적 원전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외교 활동의 중심은 ‘경제’라며 “대외 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경제의 살길은 자명하다. 수출, 투자 유치, 해외 투자에서 구체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뛰었다”고 했다. △공급망 안정 △핵심광물 확보 △바이오·반도체 등 첨단산업 협력 기반 조성 △해외 진출 기업 애로사항 해소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특정국에 대한 과도한 공급망 의존 탈피’를 언급하며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핵심광물 보유국인 캐나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호주와의 양자 회담, 소부장 강국인 일본, 독일과의 양자 회담은 우리의 공급망을 보다 촘촘하고 안정적으로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특정국은 중국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