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장비를 출시한다. HBM은 인공지능(AI)에 활용되는 고성능 메모리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제품이다.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한미반도체가 HBM 공정에 진입하고, 차세대 장비까지 개발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뉴 듀얼 TC 본더’라는 신규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막바지 개발 단계로 이르면 하반기 출시할 계획으로 파악됐다.
이 장비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공법으로 제작된 반도체 칩을 웨이퍼에 부착, 적층하는 것이다. 개별 칩을 열로 압착해 정밀하게 쌓아 올리는 역할을 한다.
TSV는 D램 칩에 수천개의 미세 구멍을 뚫어 위·아래로 칩을 관통하는 전극을 의미한다. HBM과 같은 고성능 3차원(3D) 메모리 제조에 필수다.
구멍을 뚫는 것부터 적층·부착까지 전 과정의 기술 난도가 높아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업체는 손에 꼽힌다.
한미반도체는 현재 시장에 공급 중인 1세대보다 생산성과 정밀도를 대폭 개선하는데 성공해 2세대 장비라는 의미에서 ‘뉴 듀얼 TC 본더’라는 이름을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반기 출시가 예상된다.
이번 차세대 장비 개발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HBM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다.
챗GPT 같은 AI 서비스를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를 원활히 처리할 수 있어야 하고, 이에 고성능·고용량 반도체가 필수다.
HBM은 이같은 시장 요구에 따라 등장한 메모리다. GPU와 함께 사용되는 AI 컴퓨팅의 필수재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이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지만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45%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HBM은 2단, 4단, 8단 등으로 적층을 늘려가며 성능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 출시된 제품은 8단이 최고며, 업계에서는 12단 양산을 앞두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차세대 장비로 HBM 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반도체는 반도체 후공정 전문 장비 회사다. 반도체 패키지를 절단하거나 검사, 적재, 적층하는 기기를 만들고 있다. 국내에선 이례적으로 해외 수출 비중이 높다.
반도체 조사 업체인 테크인사이츠가 주관하는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ASML, 램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등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기업과 함께 국내 장비 업체 중 유일하게 고객 만족도 부문 10대 기업에 꼽힌 바 있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의 새로운 생산 기지로 부상한 베트남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법인을 세웠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