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영상 콘텐츠 제작 비용의 세액공제를 두 자릿수까지 올리는 방안에 공감대를 확인했다. 글로벌 미디어의 공습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를 현행 15~25%인 반도체 세액공제와 비슷하거나 훨씬 높은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디어미래연구소와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적합한 콘텐츠 투자재원 관련 제도 개선 방안 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우리나라의 콘텐츠 시장의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쏠림현상이 심화되면서 자생력을 키울 기초 방안으로 콘텐츠 세액공제가 주목받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정치 쟁점으로 극한 대립을 펼치는 가운데서도 콘텐츠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변재일 의원은 “K콘텐츠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라며 “지난해 K콘텐츠 총매출액은 148조 1607억원에 달하며, 이는 같은 해 삼성과 SK하이닉스 반도체 매출을 합친 143조 1081억원보다 높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김영식 의원도 “K콘텐츠는 문화를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며 “경제 전반에 대한 막대한 전후방 파급효과와 무한한 발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콘텐츠산업은 전략적으로 육성되지 못했다”며 국내 콘텐츠 산업에 대한 체질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행법상 영상 콘텐츠 제작 비용의 세액공제는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 수준의 금액을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한다. 콘텐츠 제작 주요 국가인 미국은 20~35%를 적용하고 있다. 호주 16~40%, 프랑스 20~30% 등을 세액공제한다.
세계 190여개국에서 방송영상콘텐츠를 제공하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으로 미디어·콘텐츠 시장 경계가 없어진 만큼 글로벌 수준에서 세액공제를 지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7월 초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된 것과 같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미치지 못하는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제지원을 반도체와 같은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수준으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 확산하고 있다.
이찬구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제작비 공제율을) 국가전략기술 투자 세액공제수준으로 확대 추진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으나 여전히 해외 주요국, 글로벌 콘텐츠 경쟁국과 비교할 때 낮은 수준으로 좀더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 제작사나 거대 OTT 기업이 파격적인 세액공제 혜택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우수한 인재와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도 영상콘텐츠 제작에 온 힘을 쏟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콘텐츠 콘텐츠 투자재원 관련 제도 개선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이기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뉴미디어정책과장은 “유료방송 시장은 한계에 봉착했다”며 “세제 지원 등 콘텐츠 지원책을 제작사에 한정하지 말고 전체 방송 산업계에 적용하는 전향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채창렬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산업정책과 사무관은 “정부가 자금 조달 정책 등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27일 콘텐츠 세제지원 관련 세부 방안이 나오면 후속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해외 공제율 수준이 아닐 경우, 제작비 세액공제제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공제율 등 단일한 방안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공제 등 다양한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제작 투자 확대 및 글로벌 확보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 연구위원은 “임시투자 세액공제와 같이 직전 3개년 투자 평균보다 높을 경우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기업 규모별 차등적 공제율보다 제작비 규모에 따른 공제율 적용 방안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