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엣지테크놀로지가 초당 250조번 연산이 가능한 고성능 '신경망처리장치(NPU)' 반도체 설계자산(IP)을 개발한다. 자율주행 반도체를 겨냥한 기술 개발로, 이미 고객사도 확보했다. 외산 중심의 인공지능 및 자율주행 반도체 시장에 국내 기업이 도전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250 TOPS의 NPU IP 개발에 착수했다. TOPS는 연산속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250 TOPS는 1초에 250조번 연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IP는 반도체의 설계도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특정 기능 구현을 위해 사전에 설계 및 검증된 IP를 사용한다. 필요 성능 구현과 안정성, 신속성을 위해서다.
오픈엣지 NPU IP를 활용하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쉽게 말해 자율주행의 '두뇌'를 만드는 것이다. 250 TOPS는 서버 칩 연산 성능에 가까워 자율주행 레벨 3~4까지 대응할 수 있다. 레벨4는 운전자 개입 없이 자동차가 스스로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해 주행하는 단계로 '완전자율주행'인 레벨 5의 바로 직전 수준이다.
오픈엣지는 이 NPU IP를 국내 자율주행 및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공급하기로 했다. 고객사와 협력해 내년 하반기에는 전체 반도체 설계를 끝내고,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정으로 넘기는 '테이프아웃'을 진행할 계획이다.
오픈엣지는 메모리와 SoC 간 통신을 담당하는 파이(PHY)와 메모리 컨트롤러 IP를 주력으로 했다. 회사는 AI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NPU IP 개발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연구개발(R&D) 역량을 결집, 2019년 말 1세대 NPU IP를 개발했다. 폐쇄회로카메라(CCTV)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 회사에 IP를 공급한 바 있다. 성능을 보다 끌어올린 2세대 NPU IP는 텔레칩스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용 반도체 칩에 적용됐다.
현재 개발 중인 NPU IP는 3세대다. 자율주행차가 수집한 영상 데이터 처리와 라이다 등 센서로 취합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데 활용될 전망이다. 또 자율주행 외 산업용 장비, 로봇, 농업용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서버나 데이터센터를 통하지 않고 자동차, 로봇 등 디바이스 단계에서 스스로 데이터를 처리·분석한다고 해 업계에서는 이런 반도체를 '엣지 솔루션' 또는 '엣지 AI 반도체' 등으로 부른다. 현재 자율주행칩은 엔비디아, 모빌아이, 테슬라 등이 선점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자율주행 반도체가 등장할지 주목된다.
최정환 오픈엣지 NPU 개발팀장은 “단순 IP 공급 뿐 아니라 반도체 팹리스가 SoC를 쉽게 설계할 수 있도록 주변 메모리 최적화 기술 등 컨설팅까지 지원하고 있다”며 “메모리 파이와 컨트롤러 IP 개발을 하면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반도체 설계 서비스 형태로 진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오픈엣지는 1000 TOPS를 지원하는 첨단 NPU IP를 개발한다는 중장기 목표도 세웠다. 반도체 회로 미세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첨단 패키징 기술인 '칩렛'을 결합해 NPU 성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