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이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앞서 기시다 내각은 지난해 말 스타트업 육성 강화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투자액을 10조엔 규모로 끌어올리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 중소기업 기반 정부기구의 벤처캐피털(VC) 출자기능을 강화하고 산업혁신투자기구와 민관펀드 등의 출자 기능도 제고한다. 스타트업을 10만개 이상 창출하고 100개의 유니콘 기업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스타트업은 이같은 정책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현지 기업과 제휴를 맺어 사업 활성화 및 투자 유치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일본 투자시장 특성상 재무적 투자(FI)보다는 전략적 투자(SI) 위주이고 파트너십을 맺어야 안정적인 매출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알리콘은 올 하반기부터 일본 제4 이동통신사인 라쿠텐 모바일과 함께 공간운영자동화 기술검증(PoC)을 진행할 예정이다. 라쿠텐 모바일의 인터넷망을 사용하는 기업 고객에게 알리콘의 공간운영자동화기술인 '스페이스OS'를 부가서비스로 제공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라쿠텐의 일본 및 글로벌 네트워크와 알리콘 공간운영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을 전망이다.
노틸러스는 만화 플랫폼으로, 일본의 망가 시장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현지 지식재산권(IP) 협력을 통한 콘텐츠로 일본 사업 확장을 꾀한다. 일본에서 인지도 높은 캐릭터를 통해 노틸러스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전달한다. 베트남에서 진행 중인 IP협력 프로젝트 결과를 바탕으로 일본향 콘텐츠 기획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파트너십 없이 자체 일본 진출을 꾀하는 곳도 있다.
육아 정보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 중인 빌리지베이비는 이번 여름 일본어 버전 앱을 출시한다. 한국에서 이미 커머스와 광고 매출이 발생하고 있으며 일본 또한 두가지 비즈니스(BM) 모델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퍼블리는 일본의 디지털전환(DX) 수요가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 '커리어리'라는 개발자 타깃 커뮤니티 서비스 '커리어리'를 일본 개발자 인재 채용 시장으로 확장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스타트업은 일본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다. 세계 3위 경제 대국이지만 일본 내 유니콘은 6개에 불과하다. 두각을 나타내면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에서 성과를 내기도 용이하다. 양국이 지리적으로 가깝다 보니 문화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일본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기조에 맞춰 한일 스타트업 협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 5월 일본 도쿄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에서 당근마켓, 버킷플레이스 등 국내 스타트업 8개사와 신한퓨쳐스랩, 라쿠텐벤처스 등 현지 액셀러이터·VC와 정보 공유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딥테크, 커머스플랫폼, 비건식품 분야 국내 스타트업 12개사를 선발해 피칭데이를 열었다. 일본 DX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AI), 콘텐츠,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 한국의 차별화된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설명이다.
박지민 크루코리아 이사는 “일본 기업이 직접 한국을 찾아 오픈 이노베이션 기회를 타진할 정도로 국내 스타트업과 협업에 대한 수요가 높다”면서 “일본 기업 입장에선 국내 스타트업 정보가 부족한 만큼 현지 기업설명회(IR)는 물론 생태계 교류 확대의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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