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4차 전파진흥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4년부터 5년간 적용되는 전파산업 발전 로드맵을 작성하기 위해 산업계·전문가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전자신문이 개최한 '전파산업 진흥을 위한 좌담회'를 통해 전파를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 창출에 일조할 핵심 신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방안이 제시됐다.
디지털 시대 전파는 5세대(5G)·6세대(6G) 이동통신 등 혁신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일 뿐만 아니라 전파 자체가 보유한 에너지를 응용하는 센싱·의료·측정 등 분야에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전체의 필수자원으로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는데 전문가 의견이 일치했다.
우리나라 전파 산업은 짧은 기간 선진국을 따라잡는 과정에서 응용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발휘해 이동통신 선도국가가 됐다. 이제 기초·원천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기 위해 소자·부품 산업, 계측 분야에 대한 전략적 육성 필요성이 제기됐다. 전파산업 기초체력을 높이기 위해 인구절벽 위기를 돌파할 인재양성 전략도 강화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4차 전파진흥기본계획 연구반을 가동중이다. 전파 기술과 산업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새로운 비전과 효율적 전파활용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다. 좌담회에서 제시된 전파 전문가 의견은 앞으로 5년, 전파산업 진흥 정책에 중요한 방향타가 될 전망이다.
[참석자(가나다 순)]
△박성욱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
△조삼열 RFHIC 회장
△이재은 비트센싱 대표
△최우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파정책국장
△사회=김원석 전자신문 통신미디어부 부국장
◇사회(김원석 전자신문 통신미디어부 부국장)=2024년~2028년까지 적용되는 제 4차 전파진흥 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바람직한 전파산업 진흥 정책 모색을 위해 좌담회를 마련했다. 각자 소개 부탁드린다.
◇이재은(비트센싱 대표)=비트센싱은 레이더 개발 기업으로 NXP 인피니언 등 세계적 자동차 반도체 기업에 공급한다. 만도의 티어원 협력사로 레이더 분야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했다.
◇박성욱(KAIST 교수)=전자파 분야를 전공했다. 17년 전 차세대 소형위성 2호 초기개발을 담당했다. 누리호 3차발사 때 통신위성 영상 레이더 분야에서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직원과 협업했다. 지난해 한국전자파학회장을 역임했다.
◇최우혁(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과기정통부에서는 이동통신, 산업, 군용 등 주파수 전체를 관리하고 있다. 연내 다양한 전파 이슈를 포괄해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전파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동통신용 주파수와 도심항공교통(UAM) 등 신산업이 필요로 하는 주파수, 전자파 이슈 등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조삼열(RFHIC 회장)=무선주파수(RF) 기술 분야에서 한길을 걸어왔다. 회사가 최근 주력하는 차세대 질화갈륨(GaN) 화합물 반도체로 기지국 5G·6G·위성·군사용 레이더 무기에 들어가며 세계적인 점유율을 확보했다. RF를 응용한 에너지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관심을 갖고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전성배(IITP 원장)=ICT R&D 분야 기획·평가·관리를 총괄한다. 인력양성뿐만 아니라 연구결과를 이용해 사업화하는 영역까지 담당한다. 담당 영역 중 전파통신 부분도 중요한 축이다. 전파 위성을 담당하는 PM이 있다. 2014~2017년 전파정책국장을 역임했고, 당시 수립한 정책이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회=전파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전파정책국장을 역임하시고 국가 ICT R&D를 기획하시는 전 원장님 말씀부탁드린다
◇전성배=전파는 트렌드 변화가 급격하진 않으나, 산업 전체적으로 볼 때 변화가 많은 영역이다. 전파산업 자체도 변화하지만, ICT·과학기술 변화를 투영해 전파산업이 변화하는 경우도 많다. 전파 산업 자체 변화를 살펴보면, 이동통신이 핵심이다. 초고속·대용량화가 되다보니 고주파수 대역으로 발달하고, 여기에 필요한 기술개발과 기반 확보 요구가 커지고 있다. 6G를 볼 때 우주공간이 통신 공간으로 변화한다. 우주공간의 수용을 위해 위성이 중요해지고 지상과 통신하는 저궤도 위성 가치가 커지고 있다.
AI 활성화와 같은 전체적인 ICT산업 변화도 전파 산업에 투영된다. 전파의 기본 속성이 선을 넘나드는 것이다. 사물인터넷(IoT)과 근거리통신, 자율주행 로봇, 미세물질 탐지는 물론이고 물질 접착과 태양광 에너지 전송 등 영역에서 전파 역할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재은=통신만큼이나 센싱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비트센싱이 개발하는 레이더는 전파를 활용해 자동차 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용 인프라에서 물체를 감지한다. 광학(빛)을 기반으로 하는 라이다를 활성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지금은 레이더가 각광받고 있다. 77~79㎓ 대역이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가장 높은 주파수다. 유럽은 140㎓ 대역을 개방해 레이더가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를 확장했다. 라이다가 가지는 해상도 만큼 전파, 레이더로 센싱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제 트렌드에 발맞춰 전파를 선행적으로 연구하고, 반도체를 개발하는 등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레이더 반도체는 대부분 독일 회사 제품을 활용한다. 레이더 기술과 관련 반도체 컨소시엄을 만들고 선제적으로 접근하면 전파기술을 센싱쪽으로 잘 활용하고 글로벌 리더로 나가는데 준비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조삼열=전파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 부품산업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전파를 응용하는 AI 로봇 전기자동차, 공장자동화가 세계적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핵심 기반 기술로 화합물 반도체가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육성이 전파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박성욱=전파는 통신을 연결하고 국방, 5G·6G·에너지·교통·의료 등 사회 전반에서 미래산업을 견인하는 주도적 역할을 하는 자원이다. 한국은 지상의 이통 산업을 주도하고 글로벌시장을 선도하는 경쟁력을 가졌다. 6G 시대에는 군집위성 등 분야가 주요 통신 수단이 될 텐데, 이런 분야에선 우주검증 이력이 부족하다. 가격경쟁력을 가진 부품분야에서 선진국에 뒤처져 있다. 6G, 위성통신 등 산업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사회=트렌드 변화와 센싱 등 신산업의 부상, 화합물 반도체 등 부품산업의 중요성, 저궤도 위성 등 전파 산업의 다양한 이슈를 인지하게 됐다. 지금 우리나라 전파산업의 강점과 약점을 진단한다면.
◇전성배=전파 기술은 200년이상 발전해온 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50년간 추격하며 발전했다. 이통 분야에서는 상당히 따라잡는 성과를 냈다. 우리는 응용분야, 산업화와 상업화하는 영역을 잘한다. 다만, 기초· 원천적인 부분, 소재·부품·장비 등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측정·계측 분야도 약점이다. 전파의 또다른 측면인 전파가 가진 에너지를 사용하는 의료, 측정, 치료 등 다양한 응용산업 분야 활용에선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런 부분을 채워나가야 한다.
◇이재은=레이더 분야에서 본다면, 한국은 역시 응용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정도로 발전했다. 다만 역시 부품·소자는 전량 수입하는 게 현실이다. 부품·소자 내재화가 가능할 경우 아예 새로운 시스템을 우리가 제안할 수 있다. 디자인해서 다음세대를 미리 준비하면 글로벌 시장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 시스템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하려면 반도체와 병행해야 한다.
◇조삼열=앞으로 5G·6G를 발전시키려 한다면, 해외업체와 컨소시엄 등을 구성해 영역을 넓혀야 한다. 그래야 시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사회=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전파진흥 기본계획 역할과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최우혁=전파산업의 트렌드 변화와 소자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는데, 어떤 부분들은 내용이 반영돼 있다. 전파진흥 기본계획은 전파를 산업진흥계획이라는 큰 틀에서 볼때 5개 정도 파트를 나눠 수립하는 법정 계획이다. 새로운 산업에 대한 부분과 법·제도를 다룬다. 경제개발 계획처럼 예측가능한 것을 포함하게 돼 있다. 전파를 어떻게 잘 이용할 것인지를 주 내용으로 해서 5년 단위로 수립한다. 지금까지 세 차례 수립했다.
기존에는 LTE 경매와 5G 주파수 공급, 시장 제도 등 변화를 다뤘다. 올 연말 수립하는 제4차 전파진흥 기본계획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계획으로, 내년 발표될 예정이다. 5개분과 70여명이 모여 연구를 하고 있다. 신산업과 관련해 크게보면 UAM 등에 필요한 주파수를 어떻게 중장기적으로 공급할지, 전파 에너지와 관련한 분야도 다루고 있다. 6G는 모든 것을 위성이 커버하진 않겠지만, 지상과 위성망이 같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위성통신을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지 이슈를 다룬다. 전파 인력 양성에 대한 부분도 산업 발전에 있어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기존 제3차 전파진흥 기본계획은 잘 이행되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설립한 전파플레이그라운드 사업이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이 전파가 차단된 환경에서 전파 특성을 테스트하도록 시설을 제공했고 이용 수요가 높아졌다. 제3차 기본계획에 확대 계획을 수립, 서울 용산에 이어 대구와 충북까지 늘렸다. 수요가 크다면 4차 계획에서 보다 확대할 예정이다. 송파 ICT 보안클러스터, 중앙전파관리소 부지를 잘 활용해 모바일과 사이버 보안을 지원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부품과 소자에 대한 분야는 기존 계획에서 부족했던 점이 아닌가 한다. 잘 살펴보고 반영이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반영하겠다.
◇사회=향후 5년간을 다루게 될 전파진흥 기본계획에 추가로 건의 사항 있으면 이야기해달라.
◇조삼열=화합물 반도체는 새로운 산업이 될 수 있다. 실리콘 기반 반도체 산업을 화합물 반도체가 이길 것이다. 화합물반도체 기술력을 보유한 윈세미컨덕터는 대만에서 휴대폰 부품 앰플리파이어용 반도체 70~80%를 장악했다. 100여개 기업이 공동 설립해 1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우리나라도 정부가 펀딩을 하고, 기업을 모으는 형태로 회사를 설립하는 형태의 육성전략이 필요하다. 나중에 투자금 100배는 물론이고, 생태계에서 중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기획이 기본계획에 반영됐으면 한다.
◇이재은=유럽 같은 경우는 자율주행에 현재보다 높은 대역 주파수를 제공한다. 이런 부분이 반영됐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77㎓ 대역을 자동차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간섭과 안정성을 위한 결정이라고 하나, 유럽은 같은 대역을 산업용으로도 사용한다. 산업 인프라에서도 높은 주파수대역을 쓰면 더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에너지절감, 사고 예방 등에 활용 가능하도록 높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반영됐으면 좋겠다.
◇최우혁=77㎓ 대역은 살펴보겠다. 우선은 신산업과 관련해 제도적으로 열려있는 부분도 있다. 기존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더라도 실험국 형태로 문제가 있는지 테스트해 볼 수 있다. 화합물 반도체 역시 공부가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전파정책담당국장으로서 전체 반도체 산업에 관여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전파환경과 관련해 산업활성화를 위해 집중해야할 부분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검토가 가능하겠다.
◇전성배=전파진흥 기본계획을 자세히 준비하고 충분히 의견수렴 할 것으로 본다. 전파 진흥과 산업에 대한 중장기 법정 계획이라 다 망라해서 볼 것이다.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전체적인 기술 트렌드, ICT 트렌드 변화가 전파에 주는 영향을 봤으면 한다. 우리 것만 보지 말고, 전체 변화를 보면서 계획을 짜면, 전파산업에서 기본계획 지위를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AI가 주목받고, 넷제로와 저전력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자율주행 등 추세가 전파산업에 영향을 줄 것이다. 전파진흥 기본계획도 이러한 부분의 영향을 봐야 한다. 화합물 반도체도 사용가능한 주파수가 많아지면서 생기는 영향이다. 우리나라도 화합물 반도체 R&D 계획을 갖고 있다. IITP도 연구를 하고 있는데, 전파 영역에서 생기는 반도체 특성을 이용해 기술개발을 지원 가능하다.
◇조삼열=전파 영역이 주파수 할당을 넘어 신사업 분야로 크게 확장되고 있다. 전파가 가진 에너지를 이용해 물질을 가열하는 기술이 있다. 수소 또는 에너지 소자도 열을 많이 사용한다. 전파 산업도 신산업과 코디네이션(조화)을 잘하면, 세계 1등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화학 종사자는 전파에 대해 깊게 알지 못한다. 외국에서 전파 관련 장비를 사서 쓰거나, 열을 가열해서 쓰곤 하는데, 품질이 좋지 않다. 전파를 이용하는 마이크로웨이브 기술을 사용하면, 열을 수십초내 1000도 이상을 급하게 올릴 수 있다. 1도 씩 정확한 조정도 가능하다. 많은 화학 물질이 800도 정도에서 만들어진다. 전파를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분야다. 제대로 사용하게 하고 코디네이션한다면, 새 제품들이 굉장히 많이 나올 것이다. 마이크로 웨이브를 이용한 유전자 암치료도 가능하다.
◇사회=과거 딴따라 취급을 받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새로운 가치를 발굴해 글로벌 신산업으로 성장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아직 적은 전파산업을 제대로 만들어가면 고부가가치를 만드는 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전성배=전파법을 보면 전파에너지를 활용하는 융합 신산업을 활성화하기 좋은 조건이다. 전파가 발견되고 처음에는 자체 에너지로 활용하다가 정보전달을 위한 캐리어로 사용하다가, 다시 에너지 활용이 주목받고 있다. 전파 자체 에너지로 쓰는 영역에 새 산업이 나올 여지가 많다. 전파법은 캐리어로 사용하는 관리 영역에 초점을 두고, 에너지 활용영역에 대한 규정은 적다. 이는 많이 열려있다는 걸 의미한다. 혁신 아이디어로 많은 걸 만들어 낼 수 있다. 태양광은 무선으로 전송되는 에너지라 볼 수 있다. 전파가 정보를 무선으로 전달하는 데, 에너지도 무선 전달이 가능하다. 신산업의 무한 가능성이 있을 것이고, 새 아이디어를 내고 확산시켜야 한다.
◇사회=전파산업의 전략적 육성 가치가 충분하다고 봐도 되나.
◇전성배=그렇다. 전파분야 전략 육성 분야라면 5G·6G는 당연히 포함돼야 할 것이다. 레이더, 의료·헬스, 마이크로웨이브, 테라헤르츠(㎔)로 미세영역을 찾아내고 에너지 자체를 전송하는 기술, 전파를 응용해 물질을 접착한다거나 파악하는 기술 등 다양한 신산업 영역이 존재한다. 정보전달과 더불어 전파에 내재된 에너지를 활용하는 신산업 영역을 잘 키운다면, 전파산업을 제대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최우혁=전통적 전파 분야 산업은 통신·방송이었다. 전파를 활용한 소재, 의료, 무선충전 등 신산업도 가능하다. 통신·방송을 뛰어넘어 전파의 정보 전달 기능을 활용가능한 산업이라면 UAM이 있을 수 있겠다. 전파의 기본 속성을 이용한 신산업이 무궁무진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부분에 확장성을 갖고 AI와 저전력 등 메가트렌드를 반영할 예정이다.
◇박성욱=학교 쪽에서 수십년간 지켜보면, 전자파의 기본이 되는 통신과 응용산업은 중소기업이 잘한다. 글로벌 개척정신을 가지고 잘한다. 전 원장이 언급한대로, 계측 기술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계측기가 굉장히 비싸고 세계 3대 업체가 독점한다. 계측 시장, 전파 측정은 국방과도 연결이 되고, 상당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그러나 메이저 기업과 경쟁할 엄두가 나지 않는게 사실이다. 전자파 분야에서도 소프트웨어 툴이 굉장히 중요하다.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려면 외산 SW를 쓰는 데, 어느 날 사용하고 있으면 소송비용이 날아오기도 한다. 딥러닝 AI와 맞물려 SW는 원천적으로 중요한 기술이다. 전파 원천기술 분야를 간과할 수 없다.
◇전성배=200년간 전파분야 기본 원리와 원천을 축적한 나라들이 강한 분야가 계측이다. 한국도 혁신기술 상용화를 넘어 '퀀컴 점프' 하려면 기초가 필요하다. 계측기를 만들어서 거대 기업을 압도하자는 게 아니라, 계측을 놓치고 가면 어려운 점이 많으니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하면서 조금씩 따라가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사회=신규 통신사업자 논의와 스페이스엑스, 원웹 등이 국내진출을 공식화하며 위성통신 중요성이 부각된다. 위성통신과 6G R&D 진행상황에 대한 의견도 들어보자.
◇최우혁=위성통신은 위성이 통신하는 수단으로 전파를 이용하는 형태라고 볼 수 있겠다. 우리나라는 이통망이 촘촘하게 구축돼 있어 외국에 비해 위성에 대한 필요성이 긴박하진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외국사례에서 보듯이 국가안보 분야와 이동하는 선박·항공, 태풍·화재와 같은 재난 등 측면에서 위성통신은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은 국토면적이 넓어 통신 커버리지가 부족하니 내부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해외 시장을 노릴 수 있다. 한국은 내수 시장이 작고 통신이 원할히 잘 되고 있다는 부분은 어려운 점이다. 정부는 과거 세계최초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 사례에서 답을 찾고 있다. CDMA 상용화로 휴대폰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 대응할 수 있었고, 이통서비스 시장을 더해 100조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해 글로벌 통신 강국이 됐다.
위성통신 시장은 2030년 300조원 규모를 형성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해외에 진출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마중물이 돼 R&D 예타를 통해 기업이 기술검증하도록, 세계시장이 커졌을 때에 대비해 해외시장진출을 지원하는 전략이다. 2차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이통분야에서 가진 강점을 끌고 갈 수 있도록 의지를 갖고 해 나가겠다.
◇전성배=6G 관련해서는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K-네트워크 2030전략을 통해 6G 원천기술 개발 확보를 진행 중이다. 2026년 프리6G(Pre-6G)를 시연하고, 비전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민간표준화기구(3GPP)에 한국인 실무그룹 의장도 배출하고, 6G 포럼도 발족하는 등 진행되고 있다.
우주 인터넷 공간 연결을 위해 저궤도위성통신은 반드시 필요하다. 리더십 확보를 위해선 지상 단말과 우주기지국 중계기간 핸드오버, 연동 등 테스트를 반드시 해야 한다. 우리 위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향후 군에서도 그런 레퍼런스를 활용할 수 있다. 민간이 당장의 수익성에 대한 고민으로 하기 어려운 부분을 공공R&D가 커버해주는 게 의미가 있을 것이다.
◇사회=6G와 위성통신. 코로나19 백신개발과 같이 국가든, 누군가 해야하는 사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삼열=스페이스엑스와 원웹은 한국에서 사업권을 확보하려 한다. 한국 부품업체 등 국내산 부품 사용을 확대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으면 한다. 원웹, 스페이스엑스 등에 한국산 부품이 들어갈 숨통을 인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고민했으면 한다.
◇사회=전파 인력양성 문제도 산업계 이슈라고 한다. 상황은 심각하다고 한다. 현업에 엔지니어 찾기 어렵지 않나.
◇이재은=정말 어렵다. RF 분야 하드웨어를 했던 사람들이 SW를 배워서 최근에 각광 받는 AI로 빠지고 있다.
◇조삼열=대학원에서도 전파공학하는 사람이 없다. 어려워서 그런지 전파과목을 듣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기업에 와서 3년은 훈련시켜야 하니 부담이 커진다.
◇박성욱=전자파 과목이 수리·물리가 베이스가 된다. 요즘 학생에게 인기가 적다는 의미다. 한국전자파학회에서도 33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적이 있다. 2013년부터 2022년 10년간 전파 관련 기본과목 수강생 추이를 보니 2017년부터 모든 학교의 이수율이 줄고 있었다. 인구 감소 등 영향으로 심화될 것이다. 한국이 이동통신 강국으로 도약한 원천은 1992년 이통산업이 태동할 때 정부가 전파인력강화사업을 펼치고 2002년 전파방송 인재양성사업 등을 통해 인력 양성을 지원한 데 힘입은 게 크다. 이런 형태 지원이 2014년부터는 전파연구센터(RRC) 형태로 8년간 장기 지원하는 연구로 진화됐다. 안정적이고 장기적 지원으로 전파관련기술과 6G, 에너지, 의료 등 다양한 분야를 지원했다. 석박사 배출에 큰 도움이 됐다. 다만, 학부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추가되면 좋겠다. RRC센터가 13개가 되는데, 수도권에 편중됐다. 지방 대학 수혜가 부족한 현실이다.
◇전성배=장기적으로 볼 때 산업 베이스가 되는 인재가 사라지고 있는 부분은 아쉽다. RRC 통해 지원하지만, 풍족하진 않을 것이다. 지속 확보해나가려 노력하겠다. 보다 종합적으로 ICT를 지원하는 대학ICT연구센터사업(ITRC) 사업에서도 전파 분야를 지속 지원한다.
◇사회=AI, 반도체와 같은 계약학과 설립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나.
◇전성배=열심히 노력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으나, 상대성을 고려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전파보다 SW 반도체가 더 예산확보에 용이한 것은 사실이지 않겠나. 그럼에도 전파산업 중요성을 인식하고 어떤 형태로든 예산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조삼열=해외의 규모가 큰 마이크로웨이브 장비기업들은 70세 이상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한국이 제조업으로 부상하는 좋은 여건인데, 인력없어서 못하는 시대가 온다면 엄청난 손해가 아니겠나. 전자신문도 역할을 해 달라.
◇최우혁=ICT 산업 진흥 흐름을 보면, 어떨 때는 특정분야로 세분화하고 어떨 때는 묶어서 가기도 한다. 전파 분야 예산확보를 위해 지속 노력해나가겠다.
◇사회=연내 발표 예정인 스펙트럼플랜은 잘 진행되고 있는가.
◇최우혁=스펙트럼 플랜은 향후 중장기 주파수 분배를 위한 계획으로, 메인은 이동통신 분야이다. LTE 도입 당시 모바일 광개토플랜을 수립했고, 2017년 5G 주파수 발굴이 주가 됐고, 2019년에는 5G를 상용화하고 나서 추가적으로 다른나라들과 비교해 산업 등을 고려하여 5G 중심으로 어떻게 공급할건지 등을 주로 논의했다. 앞으로 주파수를 어떻게 공급할건지 등이 필요하고, 그걸 보면서 어떻게 보면 방향타 처럼 전파 분야 방향성을 제시하는 계획이다. 1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세계전파통신회의(WRC)를 보면 국제 주파수 조화가 나올 텐데, 이를 반영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분야별로 검토를 하는데 핵심은 이통분야다. 주파수를 활용하는 무선전력전송, UAM, 재난대비, 저궤도위성통신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주파수를 얼마나 더줘야 하는지 어느부분을 쓰는게 효율적인지, 이런 부분 고려해서 수립하게 될 것이다. 자율주행차, 선박 등의 모빌리티 분야에 개별 통신용 주파수를 줄건지 같이 사용하게 할 건지 이런 부분도 정리를 해 나가고 있다.
◇사회=전파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을 듣고 싶다.
◇이재은=센싱 분야에서 레이더 기술이 존재했지만, 자동차용은 미약했다. 2008년 만도 재직 당시 기술개발에 착수했고, 2014년 양산을 시작했다. 독일·미국·일본 등 자동차용 레이더 회사 강자가 있었지만, 시장점유율이 증가했다. 전통적으로 군사용 레이더를 하던 사람들이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해 자동차용 레이더 분야의 강자가 됐다. 이쪽 분야에 좀더 투자를 해주신다면 레이더 분야 기술리더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도체뿐아니라 시스템 전체적으로 레이더를 활용가능한 방향으로 관심을 가져 준다면 자동차를 넘어 레이더를 활용할 분야가 확대될 것이다.
◇박성욱=전파 분야가 어렵지만, 극복하고 이해하고, 전공을 택하면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고급 일자리다. 국제 학회에 가보면 100세가 되도 나오는 분이 있을 정도다. 인구감소와 타분야에 비해 비인기 과목이라, 산업쪽으로 보면 개발자가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유튜브, 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시각화 자료를 지속 남겨놨으면 한다. 전파법 제 64조는 인력양성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이런 근거에 의해 6G 위성통신 우주국방 전파관련 산업에 대해 효율적으로 하려면 전문가의 단기강좌 세미나 등을 녹화해서 유튜브, 메타버스 센터 등에 공유해서 활용하도록 하는 것도 아이디어가 되겠다.
◇조삼열=신사업 관련해 전자신문 역할이 중요해보인다. 모두 의대만 가려 한다면, 결국에는 궁핍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산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이슈를 제기해 달라.
◇전성배=공기와 다이아몬드 패러독스가 있다. 공기는 값이 싸지만 없으면 죽고, 다이아몬드는 희귀하지만 없어도 죽진 않는다. 전파가 200년동안 발전해오다보니 공기처럼 느껴지는데, 그 중요성을 잊으면 안된다. 전파영역은 물리적인 아날로그 현상이다. 늦게 따라가고 상용화 중심으로 간 부분들 감안했을때 전파가 마치 공기처럼 인식되지만, 기본을 쌓는 노력도 지속돼야 한다. 셋트와 서비스 뿐만아니라 소재·부품·장비, 안테나·PCB 전파 관련 시스템 반도체 등 확보가 중요하고, 그런 부분 노력을 더해야 하겠다.
◇최우혁=ICT 전반의 트렌드를 고려해 계획을 세워달라는 조언을 반영하겠다. 내실있고 충실하게, 전파산업이 기반적인 분야로서 잘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