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역폭메모리(HBM)와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한 국내외 장비업체 간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열 압착(TC) 방식부터 레이저 기술을 활용한 방법까지 반도체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업 간 차세대 패키징 경쟁이 시작됐다.
30일 경기도·수원시 주최, 전자신문 등 주관으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첨단 반도체 패키징 장비재료 산업전'에서 싱가포르 ASMPT 등 외국계 장비사와 프로텍·레이저셀·펨트론 등 국내 장비 기업이 전시회를 찾은 국내외 반도체기업 관계자 서로 다른 웨이퍼를 부착하는 '본딩' 장비를 중점적으로 선보였다.
초고단 낸드플래시와 D램을 여러 층 쌓는 HBM 등 메모리 반도체 적층 수요가 늘어나고, AI 반도체와 HBM을 연결하는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간 패키지가 등장하는 등 반도체 패키징 기술이 복잡해지고 저변도 확대되는 추세다.
ASMPT는 TC 방식으로 반도체를 부착하는 본딩 장비를 개발했다. ASMPT TC 본딩 장비는 실리콘관통전극(TSV)과 후공정(OSAT) 이후 공정을 담당하는 장비로, TSV로 미세한 구멍을 뚫어 수직으로 쌓은 D램을 열 압착으로 접합한다. 칩과 칩을 본딩하는 것은 물론, 칩과 웨이퍼 본딩도 지원한다.
TC 방식뿐만 아니라 에폭시 도포 방식이나 250도 열 터널 속에서 리플로우 납땜(C4) 방식으로 접합하는 장비도 공급하고 있다. ASMPT는 HBM 제조 기업 등 첨단 패키징 수요가 있는 글로벌 주요 종합반도체기업(IDM)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웨이퍼 증착·레이저 가공, 다양한 전자·광학 구성 요소를 광범위하게 형성·조립·패키징할 수 있게 지원한다.
ASMPT는 표면실장기술(SMT) 장비도 보유하고 있다. ASMPT 관계자는 “SMT 최신 장비의 경우 인쇄회로기판(PCB)에 바로 다이를 실장한다”며 “기존 전공정과 패키징 공정으로 나눠 실장하던 두 개의 공정을 하나로 합쳐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국내 장비 기업은 레이저를 활용해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서 기술 차별화를 선도하고 있다. 레이저는 증폭이라는 빛의 물리적 현상을 이용해 더 강하고 퍼지지 않게 만들어 조사(照射)하는 기술로, 국내 기업은 레이저로 최소한의 열을 제공해 칩 투 칩, 웨이퍼 투 칩 본딩을 지원하고 있다.
레이저 리플로우 기업 프로텍이 대표적이다. 프로텍은 레이저를 활용해 PCB와 칩을 붙이는 레이저 리플로우 장비를 만들고 있다. TC 방식 대비 열에 의한 손상이 적고 웨이퍼 또는 칩의 뒤틀림(Warpage)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웨이퍼 및 반도체 칩 뒤틀림 현상은 첨단 패키징 업계 최대 과제로 손꼽힌다.
레이저는 반도체 칩 두께가 점차 얇아지고 패키징에 들어가는 칩 크기가 다양해지면서 강점을 발휘하고 있다. 다이 상단에서 레이저를 조사, 진동을 통해 본딩 접점에만 열이 가해지도록 해 뒤틀림을 방지한다.
또 레이저가 투과되는 쿼츠 소재로 전공정에서 뒤틀린 웨이퍼 등을 폄과 동시에 본딩하거나 고객 수요에 따라 최대 300x300 빔사이즈까지 더 넓은 크기의 웨이퍼나 반도체 패키지에 레이저를 조사할 수 있는 장비도 양산하고 있다.
고윤성 프로텍 상무는 “레이저 리플로우 장비는 TC 방식 대비 전력 사용량을 70% 줄일 수 있고 컨벤션 리플로우가 필요한 TC 본더 대비 장비 크기를 20%로 줄일 수 있어 에너지·공간 활용 효율에 강점이 있다”며 “5~10마이크로미터(㎛) 수준인 TC 본딩 대비 2㎛의 정밀 본딩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레이저셀 역시 면레이저 기술과 광학계·적외선 파장을 활용하는 레이저 기반 반도체 이종접합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레이저를 활용해 실리콘(Si) 위주로 열을 가해 본딩을 지원한다. 레이저셀이 자체 개발한 레이저는 킬로와트(㎾·1000W) 단위의 고출력으로 2~3초 만에 본딩을 완료한다.
최재준 레이저셀 대표는 “자사 면레이저 기술은 최대 300㎜ 웨이퍼 전체를 일정 온도로 가열, 본딩하면서도 냉각기가 내장돼 있어 칩 손상이나 변형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최근 해외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의 품질평가를 통과, 레이저 리플로우 장비를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패키징 검사 장비도 주목된다. 반도체 패키징 기술이 진화하면서 보다 정밀한 계측·검사 기술 수요가 확대되는 상황이다.
펨트론은 스크래치·브릿지·크랙 등 반도체 패키지 불량을 잡아내고 실장 정확성 확인과 소팅까지 지원하는 패키지용 자동 비전 검사기 '아폴론'을 개발, 본격 양산에 돌입했다. HBM과 반도체 패키지 검사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미국 반도체 계측·검사 전문기업 KLA 등 외산 장비 일변도 시장을 국산 기술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 고객사는 국내 주요 IDM이다.
또 메모리 모듈용 3D 자동검사기 '마스'도 양산하고 있다. 메모리 모듈이 고객사에 출고되기 전, 2D·3D 검사 알고리즘으로 메모리 모듈 상하면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제품 공정을 간소화하고 검사 속도와 정확도를 높인 장비로, 사이버옵틱스 등 오랫동안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던 외산 장비를 대체할 국산 장비로 주목 받고 있다.
김정민 펨트론 차장은 “성능 테스트 결과, 자사 패키지용 검사기가 외산장비 대비 검출력이나 검사 속도 등 기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냈고 주요 반도체 기업 품질평가에서도 긍정적 결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경기)=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