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을 대표하는 통신사 연합회가 양국 정책당국에게 망 공정기여에 대한 관심과 입법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두 협회는 한국이 비싼 네트워크비용으로 인터넷 서비스가 발전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왜곡된 주장에 대한 명확한 입장도 표명했다. 한국과 유럽의 망 공정기여에 대한 글로벌 통신사 공조가 강화될 전망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는 31일 '유럽과 한국: 글로벌 인터넷 생태계의 건전한 성장을 위한 정책 마련 촉구'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양국에 배포했다.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 방지와 투자에 대한 공정한 분담을 위한 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게 요지다. 두 협회는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빅테크 기업이 공공 인터넷의 기반이 되는 네트워크의 유지와 진화를 위해 공정하고 비례적인 분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구글, 넷플릭스 등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망 이용대가, 국가적 망 투자에 대한 기여를 거부하는 대규모 트래픽 발생기업(LTG)이 인터넷 생태계에 기여할 정책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요청이다.
두 협회는 한국과 유럽이 처한 상황에 대해 공통된 인식을 드러냈다. 유럽은 빅테크가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망 투자에 대한 부담은 회피하고 있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 유무선 인프라를 바탕으로 인터넷 생태계를 활성화했지만, 빅테크들의 무임승차로 붕괴 위험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망 공정기여 요구는 한국과 유럽 뿐만 아니라 인도, 호주, 브라질, 미국으로 번지며 정책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한국에는 통신사와 거대 콘텐츠기업간 망이용계약 의무를 규정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8개가 발의됐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직접 지불의 형태 또는 공적 기금 분담을 통한 망 공정기여 내용을 담은 법안을 올 가을 발표할 예정이다.
두 협회는 “인터넷 생태계에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며, 모든 이용자가 디지털 혁신의 과실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인터넷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네트워크 발전에 대한 빅테크의 정당한 대가 지불을 위해 각국 정책 입안자의 합리적인 정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두 협회는 빅테크의 망 투자 분담 논쟁 과정에서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시장 현황에 대한 왜곡을 반박했다. 국내 일부 단체들이 유럽 규제기관·정책 당국에 한국의 네트워크 이용비용이 높아 네트워크 성능이 떨어지고, 인터넷서비스도 발전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문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협회는 “한국은 5G, 가정용광인터넷(FTTH) 보급률 등 통신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럽보다 훨씬 앞서 있으며, 인터넷 이용률, 데이터 사용량, 소셜미디어 이용률 등 인터넷 이용 지표에서도 유럽보다 우수하다”며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국의 네트워크 및 인터넷 시장의 성공에 대한 진실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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