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치러진 지난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정치권에 많은 시사점과 숙제를 남겼다.
우선 민생과 실용보다 이념을 앞세운 대통령이 주도하는 정치가 국민들과 얼마나 괴리돼 있는지 확인시켰다.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지 3개월만에 '특별사면'을 통해 똑같은 자리에 후보자를 낸 것은 가장 큰 패착이다. 특별사면이라는 조치 자체가 대통령이 이번 선거를 기획하고 주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지난해 6월 선거에서 2.6%포인트 차이로 신승했던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자는 이번에 정치신인인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17.15%포인트라는 큰 차이로 완패했다. 여당 지도부가 총출동했지만,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핑계가 될 득표율에만 관심을 쏟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여권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원망이 싹트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또 국정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질 것이다. 이념보다는 당장 시급한 먹고 사는 문제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권 민심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선거 결과가 그렇게 말한다. 비록 한 개 기초자치단체장 보궐선거 결과일 뿐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면 6개월 후에는 더 큰 후폭풍이 올 것이다.
여당은 이대로 총선을 치르기 힘들 것이라는 '힌트'를 국민들로부터 얻었다. 이번 참패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과 궤를 맞춰 전(前)정권 탓만 하고, 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카드만 만지작거린 결과다. 이미 여당 내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과반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모양이다. 지금같은 여당의 모습으로는 내년 총선에서도 웃기는 힘들어 보인다. 30% 선에서 고착화된 대통령 지지율과 결별하지 않고는 선거를 치르기 힘들다.
여당은 이제 정치의 대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안팎으로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와 지방소멸로 대표되는 양극화와 산업 활력 저하, 부진한 연금·노동개혁까지 민생 현안이 산적했다. 대외로도 국제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폭등과 수출 부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런 와중에 야당과 싸우고 명분만 앞세우는 여당에게 표를 몰아줄 국민은 없다. 야당과 협의하고 양보하고 조정하며 최선의 결과를 내놓는 정치 본연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승리한 야당도 마냥 좋다고 웃고만 있을 일은 아니다. 이번 선거는 정권 심판론이 지배한 결과로, 야당이 잘해서 표를 던진 유권자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당장 이재명 대표의 장악력이 커지겠지만, 구속영장 기각으로 사법 리스크까지 모두 사라진 것도 아니다. 내년 총선까지 건강한 국정의 견제자이자 파트너로 자리매길할 수 있는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
이제 내년 총선까지 남은 6개월은 정치 대전환의 시간이 돼야 한다. 정부·여당과 야당은 협의를 통한 갈등의 조정과 국가 비전 설정이라는 정치 본연의 역할을 다시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금의 태세를 전환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은 변하고자 하는 정치인에게 표를 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강서구민들이 그렇게 말했고, 이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양종석 정치정책부 데스크
양종석 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