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초당 최대 1.2테라바이트(TB) 이상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샤인볼트'를 공개했다. 10나노 이하 D램에 3차원(3D) 신구조를 도입해 100기가비트(Gb) 이상 용량으로 확장 계획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 2023'을 열고 이같은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을 선보였다. 샤인볼트는 데이터 입출력 핀 1개당 최대 9.8Gbps를 지원하는 차세대 HBM이다. 30GB 용량의 UHD 영화 40편을 1초 만에 받을 수 있는 속도다.
비전도성접착필름(NCF) 기술 최적화로 칩 사이를 빈틈없이 채워 HBM 고단 적층을 구현했으며 열전도를 극대화해 열 특성을 개선했다.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에 샤인볼트 샘플을 제공하며 양산에 대비하고 있다.
4세대 HBM(HBM3) 단수도 처음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HBM3 8단·12단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앞서 HBM3 양산 사실은 외부에 공개했지만 구체적인 단수는 언급하지 않았다. 차세대 HBM과 최첨단 패키지 기술,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를 결합한 맞춤형 턴키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메모리 반도체와 로직 기술력과 파운드리 등 사업 강점을 연계,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D램·낸드플래시 등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도 대거 선보였다. 새로운 구조와 신소재 도입으로 초거대 인공지능(AI) 시대에 직면한 난제를 극복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대 수준의 집적도로 11나노급 D램을 개발한다. 현재 삼성 최선단 D램은 12나노급 32Gb DDR5 D램이다. 11나노급 D램은 12나노급 대비 처리 속도가 더 빨라지고 용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낸드인 9세대 낸드를 더블 스택 구조로 구현 가능한 최고 단수를 개발하고 있다. 300단 전후 적층이 유력하다. 최대 2.4Gbps 데이터 입출력 속도를 지원하는 현재 최선단 낸드 8세대보다 웨이퍼당 비트 집적도가 향상되고 데이터 입출력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내년 초 9세대 낸드를 양산할 예정이다.
또 셀 평면적과 높이를 감소시켜 체적을 줄이고 단수를 높이는 기술로 1000단 낸드 시대를 준비한다. 적층된 셀층에 미세한 원통형 구멍을 뚫어 전자가 이동할 수 있는 채널 홀을 형성하는 건식 식각(드라이 에칭)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차세대 PC·노트북 D램으로 고성능·고용량·저전력·작은 폼팩터 구조의 LPDDR5X CAMM2, 스토리지 가상화로 분할 사용이 가능한 탈부착 가능한 차량용 SSD, 현존 최대 용량 32Gb DDR5 D램, 업계 최초 32Gbps GDDR7 D램, 최소한의 서버로 방대한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PBSSD 등을 소개했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초거대 AI 시대는 기술 혁신과 성장의 기회가 교차하는 지점으로 업계에 더 큰 도약과 도전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무한 상상력과 담대한 도전으로 혁신을 이끌고 고객·파트너와 밀접한 협력으로 한계를 뛰어넘는 확장된 솔루션을 제공, 메모리 시장을 지속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