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화두 AI… 삼성·SK, 차세대 HBM 격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한판 승부가 시작됐다. 양사 모두 5세대 HBM이라 불리는 'HBM3E' 제품을 국내 최대 반도체 전시회에서 동시 공개했다. 인공지능(AI)이 급부상하면서 수요가 증가하는 HBM 시장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AI가 반도체 생태계 주역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업계 관심을 집중시켰다.

◇HBM3E 대전 '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

제25회 반도체대전(SEDEX 2023)이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주최로 열렸다. 삼성전자(왼쪽)와 SK하이닉스 부스에 전시된 'HBM3E(고대역폭메모리)'.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제25회 반도체대전(SEDEX 2023)이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주최로 열렸다. 삼성전자(왼쪽)와 SK하이닉스 부스에 전시된 'HBM3E(고대역폭메모리)'.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서울 코엑스에서 25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반도체 대전(SEDEX 2023)'에서 HBM3E를 전면에 내세웠다. HBM3E는 AI 반도체와 연결, 대용량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메모리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AMD와 인텔 등 AI 반도체 제조사가 HBM3E 탑재를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초고성능 HBM3E 제품인 '샤인볼트'를 소개했다. 삼성전자가 국내에 HBM3E 제품을 공개한 건 처음이다. 현재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역시 엔비디아에서 신뢰성 평가를 받고 있는 HBM3E를 선보였다.

양사가 모두 반도체대전에서 HBM3E를 앞세운 건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HBM3E는 고객사 테스트를 통과한 뒤 이르면 내년 상반기 본격 양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3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견고히하고, 삼성전자는 맹추격해 시장을 탈환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400'도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프로세싱인메모리(PIM) 기반 AI 가속기 카드 'AiMX'를 전시, 반도체 시장에서 AI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제25회 반도체대전(SEDEX 2023)이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주최로 열렸다. 삼성전자 부스에서 관람객이 모형차량에 전시된 차량용반도체를 살펴보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제25회 반도체대전(SEDEX 2023)이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주최로 열렸다. 삼성전자 부스에서 관람객이 모형차량에 전시된 차량용반도체를 살펴보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반도체에 녹아드는 AI,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시장 공략 가속

AI 구현을 위한 핵심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도 두각을 나타냈다. 칩스앤미디어는 고화질 영상처리에 특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 설계자산(IP)인 CMNP를 선보였다. 영상을 인코딩 및 디코딩하는 비디오 코덱 IP에 특화된 회사다. 칩스앤미디어는 비디오 코덱이 탑재된 텔레칩스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칩을 전시했다. CMNP는 저화질 영상을 고화질 영상으로 업스케일링하는 기술인 슈퍼 레졸루션(SR), 영상 내 노이즈를 제거하는 노이즈 리덕션(NR) 등 AI 기능을 하드웨어에서 실행할 수 있는 프로세서 IP다. 칩스앤미디어 관계자는 “자율주행과 같이 향후 고화질 영상 처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비디오 코덱 IP가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퀄리타스반도체는 MIPI, PCIe, UCIe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인터커넥트 IP 포트폴리오를 소개했다. 시스템온칩(SoC) 모듈 내에 복잡한 데이터가 빠르게 오갈 수 있도록 하는 반도체 기술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IP 협력사이기도 하다. 최근 코스닥에 상장됐다. 퀄리타스반도체 관계자는 “인공지능(AI)은 빠른 데이터의 이동이 필수”라면서 “스마트폰이나 차량에 사용되는 MIPI 규격이나, 서버 등에 활용될 수 있는 PCIe 규격 등 다양한 자사의 반도체 IP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대표 팹리스인 LX세미콘은 반도체대전에서 신성장 동력을 소개했다. 기존 디스플레이구동칩(DDI)에 주력했던 LX세미콘은 최근 전력관리반도체(PMIC), 전력 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시장 다변화로 지속 성장 가능한 사업 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제25회 반도체대전(SEDEX 2023)이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주최로 열렸다. 딥엑스 부스에서 AI 영상 솔루션을 제공하는 반도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제25회 반도체대전(SEDEX 2023)이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주최로 열렸다. 딥엑스 부스에서 AI 영상 솔루션을 제공하는 반도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첨단 반도체 공정 위한 소부장 생태계 총집결

첨단 반도체 제조를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혁신 기술도 등장했다. 동진쎄미켐은 반도체 대전에서 처음으로 극자외선(EUV) 감광액(포토레지스트, PR) 기술 성과를 공개했다.

동진쎄미켐은 2021년 말 EUV PR 개발을 완료하고, 지난해 삼성전자에 제품을 공급했지만 성과에 대해 말을 아꼈다. 작년 반도체 대전에서도 EUV PR 관련 개발 현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본격적인 제품 양산이 시작되면서 대외 성과를 알린 것으로 보인다.

케이씨텍은 반도체 약액 처리, 세정, 드라이 공정을 진행하는 차세대 장비 'K-3000+'을 소개했다. 첨단 반도체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이물 제거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또 반도체 웨이퍼를 연마하는 필수 재료인 CMP 슬러리 기술력도 과시했다.

제25회 반도체대전(SEDEX 2023)이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렸다. SK하이닉스 부스에 관람객이 붐비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제25회 반도체대전(SEDEX 2023)이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렸다. SK하이닉스 부스에 관람객이 붐비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