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영국이 '다차원의 포괄적인 협력'을 추진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양국 관계에 합의했다. 수교 140년 만에 양국 관계는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영국을 '혈맹'이라고 표현하며 각별함을 나타냈고,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우리의 우정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찰스 3세 국왕 초청으로 영국을 국빈방문한 윤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총리 관저에서 수낵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에 서명했다.
다우닝가 합의는 향후 한영 관계 발전 청사진과 이행계획을 제시하는 정치적 합의이자 전략문서다. 특히 국방·안보, 산업, 과학기술, 인적교류 등 전 영역에 걸쳐 양국 협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노력을 명문화했다.
다우닝가 합의를 통해 양국 관계는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수교 130년을 맞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3년 '포괄적·창조적 동반자 관계'에 합의한 지 10년 만에 더욱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양국은 경제·산업, 국방·안보를 망라하는 전 분야에서 협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윤 대통령은 “양국이 그야말로 혈맹의 동지이기 때문에 경제 협력이라든지 과학기술 협력에 있어서 우리가 못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수낵 총리는 “윤 대통령께서 영국을 국빈 방문한 것은 영국과 한국 간의 깊은 관계와 우정의 특징”이라며 “우리가 서명하게 될 다우닝가 합의를 통해 그러한 관계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정상은 또 “다우닝가 합의를 통해 양 국가, 경제 및 국민 간의 관계가 가장 높은 수준의 전략적 목표치로 격상될 것이며, 이는 이번 세기와 그 이후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다우닝가 합의의 핵심은 '안보' 분야이다. 양국은 '외교·국방 2+2 장관급 회의'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호주에 이어 영국이 세번째다.
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핵 개발 자금 조달을 제안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를 이행하기 위해 해양 공동순찰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양국은 G20(주요 20개국), G7(주요 7개국) 등 다자 무대에서에도 동조하기로 뜻을 모았다.
방산 협력도 대폭 강화했다. 양국은 한영 국방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 한영 국방협력 심화를 위한 포괄적이고 제도적인 틀을 발전시켜나가기로 합의했다. 공동 방산 장비 역량 개발을 위한 방산 파트너십도 추진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양국은 국방·안보 협력 강화를 통해 인도·태평양과 유럽, 글로벌 차원에서 핵심 파트너 관계를 공고히 구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국 공조는 사이버 분야로까지 지평을 확대했다. 양 정상은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을 별도로 체결, 북한의 재래식 무력 도발 대응에 이어 해킹 등 사이버전까지 봉쇄할 기틀을 마련했다. 양국간 사이버 분야에서의 협력을 문서화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양국은 양자(퀀텀)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 다양한 조치와 인력 교류, 표준화 노력을 통해 급변하는 기술환경에 대응키로 했다. 특히 AI를 활용한 공동 비전을 발전시키고, 공동연구·정책공유·민간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 AI 분야 파트너십을 확대하기로 했다.
AI·양자 기술 관련한 협력 강화는 군사전략적 목적이 깔렸다는 게 대통렬실 설명이다.
김 차장은 “AI와 디지털 기술을 퀀텀을 활용한 군사기술로 변환하게 되면 적 미사일의 발사를 좌절시키거나, 미사일 탄두의 추진과 분리 과정에 오작동을 유발하거나 그 궤적에 영향을 미쳐 목표 지점의 타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양국은 또 미래 산업 분야에서 양자를 포함해 합성생물학, 뇌과학, AI 기반 신약 개발 등 바이오 산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런던(영국)=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