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장(팹) 내 웨이퍼 이송 시스템을 인공지능(AI) 기반으로 구축한다. 기계학습 등 AI 기술로 웨이퍼 이송 지연을 최소화,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2027년 가동에 들어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웨이퍼 이송 환경을 완전 AI화한다.
웨이퍼 이송 시스템은 반도체 팹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웨이퍼이송장치(OHT) 등으로 구성된다. 웨이퍼가 담긴 통(FOUP)을 순차적으로 다음 공정 장비로 옮기는 작업으로, 이동 경로 계산과 적용은 소프트웨어(SW) 기술력에 좌우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웨이퍼 이송시스템 SW를 효율화할 수 있는 AI 알고리즘을 확보했다. 웨이퍼 이송 구간 혼잡도 해소방안, 효율적인 레일 가동 주기, 신속한 이송방법 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AI 알고리즘은 SK하이닉스 이천 팹 웨이퍼 이송 과정에서 축적한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이천 팹은 약 30km 길이의 상하층 구조 웨이퍼 이송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AI 웨이퍼 이송 시스템은 특정 구간 또는 예기치 않게 OHT가 정체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웨이퍼를 지연 없이 신속히 다음 공정으로 옮겨야 반도체 제조 전체 생산성이 높아진다. 기존에는 반도체 팹 내 최적화된 경로를 설정해도 생산계획·이송량 변화나 신규 장비 도입 등 각종 변수로 웨이퍼 이송 과정에 지연과 정체가 발생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웨이퍼 이송 지연 원인 파악과 문제 해결을 SK그룹 'AI 경연' 과제로 제시했다. 사내 152팀 349명이 34일간 경쟁한 결과, 웨이퍼 이송 경로 최적화 모델을 개발했다. OHT 정체 시 다른 장치와 겹치지 않게 새로운 경로로 우회하거나 공정별 지연시간·대기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AI 알고리즘을 구현했다.
SK하이닉스는 신규 확보한 AI 알고리즘과 기존 SW를 결합, 이천·청주 등 팹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연말까지 시뮬레이션 등 내부 검증을 거쳐 내년 시스템 투자를 시작한다. 이후 용인 팹 전체에 AI 기반 웨이퍼 이송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이번 시도는 외산 의존도가 높은 웨이퍼 이송 시스템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SW 기술 내재화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OHT 등 웨이퍼 이송 시스템 시장은 일본 다이후쿠가 시장 대부분을 점유한 상태다. 이송 시스템 SW도 다이후쿠가 직접 개발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독자 개발한 AI 기술을 웨이퍼 이송 시스템에 적용하면 국산화 효과도 기대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하루 약 1000대의 OHT가 수십만회의 웨이퍼를 이송하는데 정체나 지연이 발생하는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AI 알고리즘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라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전에 개선된 시스템을 실제 팹에 적용해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