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파운드리 대표기업 협력
GaN 반도체 등 사업 확대 주목
삼성전자와 한화가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한화 계열사 비전넥스트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에서 양산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첨단 공정 고격 저변을 확대하고, 한화는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반도체 사업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비전넥스트 AI 반도체를 4나노(㎚) 공정으로 양산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대량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4㎚는 고성능 반도체를 구현할 수 있는 최첨단 공정이다. 구글이 스마트폰 프로세서(AP)를 만들 때 삼성 4㎚ 공정을 이용했으며, AI 반도체 업체인 그로크와 텐스토렌트도 삼성 4㎚ 공정을 이용하기로 했다. 수율 안정화를 토대로 삼성 파운드리의 핵심 공정으로 거듭났다. 4㎚ 수율은 75% 이상으로 알려졌다.
비전넥스트는 한화의 반도체 개발 전문업체(팹리스)다. 비전 AI에 특화된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지능형 폐쇄회로카메라(CCTV) 등에서 수집한 영상과 이미지를 분석하는 반도체로, 4㎚ 공정 활용이 주목된다. 지금까지 4㎚ 공정은 고성능컴퓨팅(HPC)이나 자율주행차용 등 고성능 반도체 생산에 활용됐기 때문이다. 비전넥스트가 전례없는 비전 AI 반도체 구현을 위해 삼성전자와 손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주로 보안 카메라 반도체 칩을 주력으로 한 비전넥스트는 시장 수요에 대응, 비전 AI 등 성능을 고도화한 반도체 개발이 필요했고, 이 위탁생산을 삼성 파운드리에 맡기게 됐다”며 “고성능 AI 반도체 칩을 개발하기 위해 양사가 설계·공정 개발 등 다년간 준비를 해왔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에 대한 사항은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과 한화의 협력은 2015년 삼성테크윈이 한화테크윈으로 바뀌면서 본격화됐다. 한화테크윈에서 개발하는 보안 및 비전용 반도체 생산을 일부 삼성 파운드리가 맡아왔다.
이같은 협업은 한화테크윈 시스템온칩(SoC) 개발 부분이 물적 분할해 2021년 비전넥스트를 출범한 뒤로도 계속 이어져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양사 행보는 국내 대표 기업의 파운드리와 팹리스 간 협력 기반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4㎚ 고객 확대로 파운드리 위상을 키우고, 한화는 반도체 사업 역량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전넥스트는 4㎚ 외에도 8㎚ 제품을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할 계획으로 파악됐다.
협력 범위도 확대될 가능성이 짙다. 한화는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반도체 장비에 전력 반도체 사업까지 준비하고 있다. 차세대 화합물반도체인 질화갈륨(GaN) 반도체가 유력하다. 삼성전자도 2025년을 목표로 GaN 등 화합물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