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래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계열사 역량을 합치는 '원팀'을 강조했다. 인공지능(AI)과 에너지 등 SK 신성장동력이 될 사업을 계열사가 함께 솔루션을 제안하겠다는 것이다.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SK 그룹 내 계열사간 협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9일(현지시간) 'CES 2024'에서 “AI든 에너지든 (SK) 각 계열사가 따로 고객을 만나는 것보다 한번에 만나 SK가 전체적으로 어떤 패키지나 솔루션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AI 등 미래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를 구성할 지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특정 조직 구성보다 계열사가 다같이 함께 활동하는 체계를 갖추겠다는 의미다. 일종의 '원팀 솔루션'이다.
이같은 전략은 CES 2024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SK그룹 통합 전시관은 SK㈜·SK이노베이션·SK하이닉스·SK텔레콤·SK E&S·SK에코플랜트·SKC 등 7개 계열사가 꾸렸다. 계열사마다 주력하는 사업이나 제품을 알리기보다 AI와 친환경 모빌리티,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시장에 대한 통합된 기술 솔루션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이 공동 운영하는 데모룸에서는 AI를 위한 양사 협업 기술을 공개했다.
향후에는 SK 그룹 내 계열사간 협업 솔루션을 개발하는 시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은 “이제 협업이 중요한 문제로 다가왔다”며 “혼자 모든 솔루션을 다 만들면 잘 안될 수 있기 때문에 파트너링을 해 공동으로 만들어낸 솔루션을 같이 팔아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AI 시장에 대해 “이제 막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AI 영향과 발전 속도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는 “(AI에 대한) 투자도 많이 들어가고 사람 등 리소스도 투입될 텐데 AI 시장이 그만큼 열리는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올해 역점을 두는 것으로 '파인 튜닝(미세 조정)'을 꼽았다. 지난해 경기 변동이 심했고 SK 관점에서는 좋은 해는 아니었다고 평가한 최 회장은 “새로운 튜닝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부에서 매일 하던 기능을 좀 바꾸고 다른 새로운 것을 도전해야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최 회장은 SK 전시관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 솔루션, 친환경 전기차 분야 SK의 첨단 기술을 점검했다. 이후 삼성전자 부스와 LG전자 부스를 연이어 방문했다. 삼성전자 부스에서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동행하며 설명을 듣고, 최신 기술에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특히 삼성전자에서는 투명 마이크로 LED에, LG전자에서는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 '알파블'에 관심을 보였다.
라스베이거스(미국)=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