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3년 내 시가총액 200조원 달성을 포부로 밝혔다. 현재 대비 2배 높은 수준으로, 인공지능(AI) 메모리를 성장 동력으로 삼을 방침이다. 메모리 사업 패러다임도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고객 맞춤형 수주 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CEO)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기자간담회에서 회사 내부의 단기 시총 목표치를 공개했다. 곽 대표는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재무건전성을 훨씬 더 건전하게 가져간다면 회사 비전에 근거해 더 나은 모습으로 갈 수 있을 거라 본다”며 “내부적으로 3년 안에 도전해볼만한 목표치는 시가총액 200조원 정도”라고 밝혔다.
200조원은 현재 SK하이닉스 시총 대비 2배 큰 수치다. 회사 현 시총은 99조8300억원(8일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100조원을 돌파했다. SK하이닉스 시총이 100조원을 넘은 건 2021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이같은 목표는 AI용 메모리 시장 수요에 따라 회사가 지속 성장할 것이란 판단에 기인했다. AI용 반도체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라는 차세대 메모리가 적용되는데, SK하이닉스는 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요가 높은 HBM2E·HBM3 등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이날 AI 메모리 경쟁 우위를 한층 강화하기 위한 '고객 맞춤형 메모리 플랫폼' 전략도 발표했다. 반도체를 포함한 AI 시스템 발전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다변화된 고객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곽 대표는 “가령 어떤 고객에게는 용량과 전력 효율이 중요할 수 있고, 또 다른 고객은 대역폭과 정보처리 기능을 선호할 수 있다”며 “회사의 AI 메모리 기술력과 연구개발(R&D) 역량을 각 고객 요구에 최적화 하기 위한 플랫폼”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HBM이 이같은 플랫폼 전략에 가장 걸맞은 제품으로, 지금까지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이었던 메모리 제조 형태를 고객 맞춤형 수주 사업으로 전환할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HBM은 일반적인 D램과 달리 엔비디아·인텔·AMD 등 고객별로 요구하는 사양이 달라, 사업 수주 후 설비 투자와 반도체 공장(팹) 가동이 이어진다. 메모리 재고 등 공급과 수요 변화에 따른 '반도체 사이클' 주기도 한층 변화 무쌍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주요 경영진 일문일답]
▲SK하이닉스는 HBM 주도권을 어떻게 확보했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유지할 것인가.
곽노정 대표=HBM 경쟁력은 꾸준히 기술적으로 성장했던 것과 고객과의 밀접한 협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 소통·협업이다. SK하이닉스의 이번 조직 개편처럼 HBM 관련 내부 역량을 한군데 결집하고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경쟁력을 가속화하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메모리 반도체 감산의 종료 시점은 언제쯤으로 예상하는가.
곽노정 대표=D램은 최근 시황 개선 조짐을 보여 일부 수요가 많은 제품은 당연히 최대한 생산을 하고 있다. 수요가 취약한 부분은 조절을 해갈 것이다. 낸드는 상대적으로 시황 개선이 느리게 보인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것 같다. 낸드 역시 시황을 보면서 제품별로 (생산량) 차등을 둬서 탄력적으로 운용할 것이다. D램은 1분기에 변화를 줘야 할 것 같고, 낸드는 좀 더 지나 2~3분기 등 중반기 지나서 변화를 줘야할 것 같다.
▲미국에 짓기로 한 첨단 패키징 시설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최우진 부사장=미국 첨단 패키징 시설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고려 요소가 있다. 인프라도 고려해야하고 주정부의 협력, 에코시스템이 어느정도 갖춰졌는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해야한다. 현재 내부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 중이며 준비되는대로 말씀드리겠다.
▲최근 중국 리스크가 많이 부각됐는데, 현 시점에서는 어떻게 보는가.
곽노정 대표=중국 리스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경영 현안을 점검할 때 언급했던 내용이다. 작년부터 사내에 TF를 구성해 적극 활동 해왔고 각국 정부와도 밀접하게 소통했다. 최근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중국 공장에 반도체 장비 도입이 가능한 반도체 제조사)로 지정됐다. 이를 통해 중국 사업 리스크가 상당 부분 완화됐다. 현재 중장기적으로 중국 사업 운영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세부 계획을 작성하고 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