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가 반도체 소재 개발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눈길을 끈다.
사파 쿠텁 쿠트 머크일렉트로닉스 디지털 솔루션 총괄은 2일 반도체 비즈니스 간담회에서 “데이터 통합과 활용 전략으로 주요 반도체 소재 성능을 125%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최근 1~2년 사이에 거둔 성과라고 설명했다.
머크는 반도체 소재 개발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에 최적화된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물성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개발된 소재 데이터를 기반으로 반도체 제조 공정에 적용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지 파악하고 있다.
쿠트 총괄은 “기존에는 반도체 소재가 공정 불량을 일으키면 원인을 파악하는 데 수개월이 걸렸지만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결과 수주 내, 빠를 경우 실시간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머크는 반도체 소재 변경 관리에도 AI가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는 소재를 개발해도 공정에 최적화하기 위한 물성 변경이 필요하다. 변경점관리(PCN)이라고 불리는 과정이다.
쿠트 총괄은 “소재의 변경 근거를 고객사에게 제공하고 소재를 변경해도 공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보통 6개월에서 9개월 수준의 PCN 기간이 걸렸다”며 “PCN 시행 전후 데이터를 기반으로 반도체 제조사 공정을 예측하면 그 주기를 6주 안으로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 기간이 줄어든 만큼 반도체 제조사는 제품 출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머크는 내부 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공급망 협력사와 고객인 반도체 제조사 공정 데이터까지 통합 관리, 궁극적으로 반도체 수율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는 포부다. 2021년 머크는 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와 협업,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화할 수 있는 '아씨니아 플랫폼'을 구현한 바 있다.
반도체 제조 생태계의 모든 주체들이 확보한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분석 데이터는 클라우드를 통해 공급망 내에 있는 여러 협업 기업과 공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아씨니아 플랫폼으로 공급망 관리와 소부장 혁신 사례를 확보하고 있다.
머크는 이같은 AI 활용 사례를 국내에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내 반도체 제조사와 협력사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쿠트 총괄은 “AI를 통한 공급망 혁신을 이루려면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통합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를 위해 파트너와 고객사와 협력을 보다 견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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