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미국 반도체 투자를 450억달러로 확대한다. 미국 정부는 삼성 투자에 대한 보조금으로 64억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15일(미 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법에 의거해 보조금 64억달러(약 8조8500억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인텔 85억달러, TSMC 66억달러 다음으로 큰 금액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총 17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를 45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짓고 있는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외에도 추가 파운드리 라인을 건설하고 첨단 반도체를 패키징하는 공장도 미국에 세우기로 했다. 연구개발(R&D) 기능도 현지에 갖출 계획이다.
신규 파운드리는 2나노미터(㎚) 이하 공정으로, 2027년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R&D센터도 2027년 문을 열고, 첨단 패키징 팹은 2028년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은 이로써 미국 내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과, 칩 완제품을 만드는 패키징 공장까지 모두 구축하게 됐다. 엔비디아·퀄컴·AMD 등 반도체 팹리스 고객을 대상으로 반도체 제조 전주기 서비스가 가능해졌는 의미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삼성이 대규모 반도체 제조와 첨단 패키징을 모두 텍사스에서 수행할 수 있다”며 “이로써 세계 최첨단 반도체가 미국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은 삼성 신공장으로 1만7000여개 건설 일자리와 4500개 이상 제조업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받는 보조금 64억달러는 인텔 85억달러, TSMC 66억달러 다음으로 큰 금액이다. 투자액 대비 보조금 비율(%)은 약 10% 안팎이다.
미 정부 보조금이 결정되면서 수혜 기업들은 현지 투자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TSMC 등 주요 기업이 미국 내 투자를 추진 중이지만, 공사비 등 투자 비용이 지속 늘어나 부담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보조금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투자대비수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일각에서는 팹 가동이 연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결정은 이같은 불확실성을 해소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행보를 견인할 동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첨단 기술의 핵심인 반도체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안보 위험으로 간주하고 첨단 반도체의 공급망을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을 추진해왔다.
보조금과 현지 고객 접근성을 따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미국 진출을 본격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소부장 기업들이 삼성 테일러 팹 인근에 생산 공장을 짓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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