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美 추가투자...파운드리·패키징 다 갖춘다

삼성, 美 추가투자...파운드리·패키징 다 갖춘다

삼성전자가 추가 투자를 통해 반도체 전공정과 후공정을 아우르는 생산기지를 미국에 구축하는 것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들이 북미에 집중돼 있는 만큼 반도체를 만드는 첫 시작부터 끝까지 현지 생산을 지원해 고객사를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제조 기반을 자국 내 두려는 미국 정부의 의지와 인텔,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반영된 결과지만 삼성의 첨단 반도체 제조 무게가 미국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커졌다.

삼성전자는 15일 미국에 파운드리 라인을 추가하고 첨단 패키징 공장까지 짓는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170억달러를 투자해 건설 중인 테일러시 공장에 새 공장을 건설하고, 패키징 시설과 함께 첨단 연구개발(R&D) 시설을 신축하는 것이 골자다. 삼성은 이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총 약 45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 투자 규모의 두 배가 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테일러시에 4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을 위한 파운드리를 짓고 있다. 추가되는 공장 역시 수㎚급 공정을 위한 파운드리 기지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첨단 패키징 팹도 신설하기로 했다. 반도체 패키징은 회로를 새긴 웨이퍼를 자르고 이를 완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으로, 보통 후공정으로 분류된다. 최근 초미세 회로 구현 난도가 높아지면서 반도체 성능을 끌어올리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이 새로 짓는 팹도 첨단 패키징 기술을 제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제조하는 2.5D나 반도체를 수직 적층하는 3D 패키징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의 투자 행보는 미국에서 반도체 위탁생산의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제조 전체 공정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해 북미 고객사를 대거 확보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엔비디아·퀄컴·AMD·브로드컴 등 세계 유수 팹리스가 다수 포진해있다. 이 시장을 두고 파운드리 및 패키징 강자인 TSMC, 파운드리에 재진입한 인텔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들과 경쟁을 하려면 미국 고객과 인접한 곳에서 반도체 완제품을 납품할 완전한 생산기지(토털 솔루션)를 갖춰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토털 솔루션은 삼성이 그동안 공들인 핵심 전략이었다. 삼성은 다른 종합 반도체 제조 업체들과 달리 시스템 반도체 설계서부터 제조를 아우르고 있으며 D램과 낸드, 이미지센서까지 다양한 품목을 보유하며 시너지를 도모했다. 삼성이 미국에서도 전공정, 후공정을 모두 갖추는 건 TSMC, 인텔과 경쟁하기 위한 승부수인 셈이다.

삼성은 토털 솔루션을 앞세워 최근 미국의 한 팹리스를 고객사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해당 고객에 대해) 초미세 공정과 3D 적층 등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활용, 이미 제품 개발에 돌입했으며 내년 제품이 양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올 하반기 가동하는 테일러 팹에서 전공정이 이뤄진다하더라도 완제품으로 만들려면 한국에 다시 웨이퍼를 이송해야한다. 미국에 첨단 패키징 거점이 없는 탓이다. 그러나 미국에 초미세 파운드리와 첨단 패키징 팹이 본격 가동되면 이같은 과정을 모두 미국에서 진행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에 두려는 미국 정부처럼 미국 고객사 역시 근접 지역(미국)에서 자사 제품이 만들어지길 원한다”며 “삼성전자가 미국에 추가 투자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삼성의 국내 투자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우려다. 미국에 수십조원의 대규모 투자가 단행되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평택과 향후 용인 투자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투자는 시장 선점을 위해 속도전을 요구하는 만큼, 당장 삼성의 대규모 투자는 미국에 집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