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로서 다양한 이미지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배우 김갑수가 '눈물의 여왕' 속 새로운 '중도하차' 연기를 매듭지으며, 새로운 활동을 향한 마음을 드러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으로 맹활약한 배우 김갑수와 만났다.
'눈물의 여왕'은 '사랑의 불시착', '별에서 온 그대' 등을 쓴 박지은 작가가 집필한 작품으로, 퀸즈 그룹 재벌 3세 '홍해인'과 용두리 이장 아들 백현우, 3년차 부부의 아찔한 위기와 기적처럼 다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다.
김갑수는 극 중 퀸즈그룹 회장 홍만대 역으로 열연했다. 그룹 최고 권위자로서의 냉철함과 장난기 섞인 인간미 사이에서, 자신의 자식과 손주들에게 비치는 단호함과 유일하게 의지한 모슬희(이미숙 분)에게 드러내는 순수함의 대비를 표현, 사건전개의 큰 바탕을 이뤘다.
또한, 모슬희의 반란에 이은 가족들과의 단절로 혼수상태에 이은 치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중간퇴장' 대표 배우로서도 이례적인 사망신을 표현, 인간적인 복잡다단함을 섬세하게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김갑수는 인터뷰 동안 특유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심어린 모습으로 작품 전반을 호흡했던 1년여의 시간을 되짚으면서, 최근까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2년 정도의 작품공백, 어떤 것을 했는지?
▲EBS '극한직업' 내레이션을 했다. 잘 모를 수 있는 사람살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울 거리도 있고, 재밌기도 하다.
작품활동으로는 여유를 두고자 했다. 해신-토지 등 여러 편의 사극을 거듭했던 과거보다는 열정을 조금 내려놓고 쉬엄쉬엄 하고 있다.
-작품의 높은 화제성과 인기, 예상했나?
▲대본부터 재미를 느끼긴 했지만, 비슷한 장르들의 존재로 확신을 하지는 못했다. 물론 '사랑의 불시착'을 쓴 작가님에 대한 기대치는 있었다.
-이번에도 중도하차를 알고 합류했는지?
▲그렇다. 다만 원래 10회 내외에 계획된 것이 13회쯤으로 바뀌었다(웃음).
늘 할때마다 사망시점이 뒤로 밀린다. '왕건'때는 원래 계획됐던 것보다 50회차 뒤에 마무리돼서 작가님께 캐릭터 좀 죽여달라고 했을 정도였다(웃음).
-홍혜인과 비슷한 감정선상의 홍만대, 접근법은 어땠나?
▲작품 자체가 현실 기반의 판타지스러운 상황과 함께 인간관계에 집중하는 톤으로서, 홍해인과 홍만대의 감정선이 의도적으로 맞춰진 것이 맞다.
그에 따른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해인과 만대의 교감장면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단순히 녹음펜보다 둘이 만나서 해인이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들. 책임감, 손녀의 입장들을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홍만대 속 김갑수표 애드리브는?
▲매번 그렇지만 인물이 납작하게 보이지 않기를 바랐다. 회장이라고 맨날 점잖은 것은 아닐테니까(웃음),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했다.
사냥하러 가서 백현우(김수현 분)이 총 못쏜다고 장난칠 때라던가, 풍산개를 못팔겠다 하는 말을 듣고 삐치는 모습 등에 애드리브를 더했다.
-홍만대 회장의 마지막 신, 스스로의 감정은 어땠나?
▲대본으로 처음 봤을 때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기존까지 사망신과는 다른 방향이라는 것도 좀 특별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고생해서 그룹을 이룬 사람이 쓸쓸히 떠나는 과정의 느낌이 어떨까 싶었다.
그 결론은 '인생에 대한 회한'이었다. 또 30년 이상 함께한 모슬희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선과 그룹 오너로서의 후계자 고민 등도 공존했으리라 생각됐다.
-이미숙(모슬희 역)과 오랜만의 멜로(?)연기는 어땠나?
▲신데렐라 언니 이후로 오랜만에 만났다. 당시에도 호흡이 좋았었는데, 이번에도 선을 넘지 않는 관계설정 속에서 잘 호흡할 수 있었다.
-1년간의 촬영기간 중 재밌던 순간?
▲현장보다는 세트신이 많았다. '집중해서 연기하고 실제로는 행복하게 웃자'라는 지론과 함께 현장이 재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늘 재밌게 호흡하곤 한다.
이번 현장에서도 (김)수현이를 비롯한 여러 동료들을 상대로 NG가 나거나 하면 '역할이 좀 버겁니?'하며 짓궂게 장난을 쳤다.(웃음)
그러면서 김수현이 정말 연기를 잘하고 현장에서 잘 호흡하는 배우임을 느꼈다. 실제 '네 또래 연기자 중 톱이다'라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소위 '사망캐릭터'로서의 임팩트와 함께 다채로운 캐릭터로 롱런하는 배우다. 그 비결은?
▲처음 '태백산맥'으로 영화데뷔 직후 쏟아진 액션물 섭외를 택하지 않고, 금홍아 금홍아, 지독한 사랑 등 전혀 다른 캐릭터를 택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현재도 여전히 연기자로서 다양한 이미지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작품을 택할 때 인물의 임팩트와 함께, 캐릭터의 변화의미를 파악하곤 한다. 그렇게 작품을 하나씩 해왔다. 물론 연기가 감정노동이기에 40~50대 쯤에는 포기할까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세월이 가니까 잊게 되고 또 작품을 할 힘이 생기더라. 누구나가 갖고 있을 '열정'과 세월, 그것이 롱런 배경이 아닐까 한다.
-쉴 때 취미?
▲가끔 바이크를 타기도 하고, 몇 년 전부터 배우기 시작한 일렉기타를 연주하기도 한다.
이제는 유튜브를 한 번 해볼 생각이다. 아버지들이 해볼만한, 아들세대들이 아버지에게 추천할만한 내용들을 압축, 배우는 재미로 겁낼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
▲할아버지·아버지·회장님 등 할 수 있는 역할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런데 사극할 때부터 늘 좌의정 이상 브레인으로만 나오다보니, 하인 연기를 해본 적은 없다(웃음). 차기작과 함께 꾸준히 다른 역할들을 찾아봐야겠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