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이 최대 4조원대 과징금 부과를 예고한 공정거래위원회 단말기지원금 담합 의혹 사건과 관련, 대형로펌을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 양측은 올해 국정감사 이후로 예상되는 공정위 첫 심결을 앞두고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면서 치열한 법리 공방을 예고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통 3사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공정위 사전 조사단계에서부터 대형로펌들을 선임해 법률자문과 사건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지난달 이통 3사에 발송한 심사보고서에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LTE·5G 번호이동으로 인해 발생한 28조원을 담합 관련매출로 제시했다. 이통사는 관련 매출의 10~1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공정거래법과 심사보고서에 따른 경감사유 등을 고려해 공정위가 처음으로 제시한 총 과징금 규모가 3조~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SK텔레콤은 법무법인 지평을 선임했다. KT는 법무법인 태평양, LG유플러스는 법무법인 율촌, KAIT는 법무법인 세종을 각각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도 일부 이통사를 대상으로 물밑에서 법률자문을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통사의 이같은 움직임은 우선 예상 과징금 규모가 역대 최대이기 때문이다.
이통사는 법정에서 승산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건과 쟁점이 유사한 해운 담합 사건과 관련, 해운사들이 해수부 감독하에 운임과 항로를 조정한 행위에 대해 공정위는 과징금 962억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해운법이 산업 특성을 고려해 해양수산부에 배타적 규제권한을 부여한 것인데 공정위가 규제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공정위 과징금 취소 판결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 방통위도 해운사건과 유사하게 장려금 가이드라인, 상황반 운영 등은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준수 행위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통사는 공정위가 문제 삼은 번호이동 실시간 공유와 상황반 운영이 해수부 감독과 마찬가지로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지도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통사는 해운 사건을 비롯 최근 공정위가 SPC, 지멘스, 쿠팡 사건에서 잇달아 패소한 사례를 볼 때,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방통위 행정지도를 넘어 별도 담합 행위에 대한 제재가 명확하다는 입장이다.
사건 결과와 별개로 정부를 대상으로 한 소송 과정에서 이통사 비용 부담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 주무부처인 방통위 정책과 규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과도한 규제적용이 방대한 법률 비용까지 유발하며 통신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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