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사 반도체를 대상으로 '액침냉각(이머전쿨링)' 기술 검증에 돌입했다. 차세대 서버 냉각솔루션인 액침 냉각 시장 개화에 선제 대응하려는 포석이다. 기술 검증 결과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자사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액침냉각 테스트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액침냉각 솔루션 보증 정책을 수립하려는 서버 및 데이터센터 기업 수요에 대응,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반도체 검증을 시작했다”며 “액침 냉각 시 반도체 호환성 테스트와 기능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액침냉각은 비전도성 유체인 액침냉각유(쿨런트)에 서버를 직접 담가 식히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서버는 공기를 이용한 공랭식이나 물을 이용한 수랭식으로 열을 낮춰왔다. 액침냉각은 높은 열전도율을 가진 쿨런트로 열을 흡수하고 열교환기로 열을 재방출하는데, 냉각 효율과 비용 측면에서 우수해 차세대 솔루션으로 꼽힌다.
다만 액침냉각 방식은 반도체 칩과의 화학적 반응 검증이 필수다. 반도체 칩이 쿨런트가 직접 맞닿기 때문에 온도와 성분에 따라 성능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여러 액침 냉각 조건에서 반도체 구동 여부와 결함을 테스트하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우선 기출시 제품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차세대 제품 개발에 테스트 결과를 반영, 액침냉각 보증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제조에 수많은 화학물질이 사용되는 만큼 다양한 쿨런트와 검증해 데이터베이스(DB)를 쌓는 작업도 추진한다.
반도체는 회로 집적도가 높을수록 발열이 심한 만큼 향후 액침냉각이 반도체 성능 개선 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액침냉각 환경에서는 발열 허용치를 더 높일 수 있어 보다 고집적·고성능에 초점을 맞춰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초기 시장이지만 액침냉각 잠재력은 매우 크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반도체 발열 심화로 냉각을 위한 전력 사용량이 폭증하고 있어서다. 액침냉각을 사용하면 냉각 효율이 높아져 전력 사용량을 30~40% 줄일 수 있다.
공랭식(7~8m) 대비 필요 층고도 절반 가까이 줄어 데이터센터 건설비도 절감할 수 있다. 냉각팬이 없어 소음이 없고 진동·습도에 따른 서버 수명 저하도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액침냉각을 주목하고 있다”며 “시장 관심이 커진 만큼 반도체 기업들이 이에 단계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열 관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76억7000만 달러로, 이중 액체를 활용한 냉각 시장 규모는 10억 달러(약 1조3901억원) 수준이다. 냉각판을 활용한 간접 액체 냉각 솔루션이 우선 확대 적용된 후 액침냉각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