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제재에 맞서 반도체 자립을 추진하면서 반도체 장비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중국 경제매체 커촹반일보 및 업계에 따르면 중국 A주(내국인 전용 주식)에 상장하면서 시가총액이 100억 위안을 넘은 반도체 장비 11개사의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63%에 이르는 7개사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중국 내 1위이자 세계 8위 장비 업체인 나우라는 순이익 27억8100만 위안(약 524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4.5% 증가했다.
가장 증가율이 높은 업체는 창촨테크로 순이익 2억1500만 위안(약 405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949.3% 늘었다.
2분기 실적만 보면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11개사 중 스카이버스를 제외한 10개사가 순이익을 냈고 이중 6개사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나우라(16억5400만 위안·3117억원), 화하이칭커(2억3100만 위안·435억원), 창촨테크(2억1100만 위안·397억원) 3개사 순이익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추가 실적 성장에 대한 전망도 밝다. 고객사로부터 많은 주문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지표인 계약부채가 증가한 기업이 8개사에 달했다. 계약부채는 선수금을 받은 금액으로 해당 수치가 높으면 향후 추가적인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
업체별로 나우라 89억8500만 위안(약 1조6933억원), AMEC 25억3500만 위안(약 4777억원), 파이오테크 20억3800만 위안, 화하이칭커 13억4200만 위안(약 3840억원), ACM리서치 10억4200만 위안(약 1963억원)이다.
나우라는 지난해 처음으로 세계 반도체 장비사 10위 내 진입한 업체로 식각·증착·세정 등 폭넓은 제품을 제조·판매하며 중국의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주도하고 있다. AMEC는 식각, ACM리서치는 세정, 파이오테크는 증착, 화하이칭커는 화학기계적연마(CMP) 등을 만들고 있다.
중국 반도체 장비 성장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 반도체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자국 반도체 장비사들의 수출 제재뿐 아니라 동맹국에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동맹국 기업에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제한을 가한다. 외국 기업이 만든 제품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소프트웨어(SW), 설계 등을 사용하면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 제재를 우회해 해외 반도체 장비를 구매하는 것과 동시에, 장비 국산화를 통해 반도체 자립을 꾀하고 있다. 최선단공정 시스템반도체는 화웨이와 SMIC 중심으로 연구개발(R&D)이 이뤄지고 있고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내재화도 추진 중이다.
여기에 발맞춰 중국 반도체 장비사들도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있다. 분석 대상인 11개사 모두 올해 상반기 R&D 투자비가 전년 대비 증가했다. 나우라는 25억3200만 위안(약 4768억원)을 투자해 가장 규모가 컸다.
중국 반도체 장비사 고객사는 자국 기업이 대부분이지만 내수 시장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중국 카이위안증권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장비 시장 규모는 2023년 366억 달러(약 49조원)에서 2027년 657억7000만 달러(약 88조원)로 연평균 15.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