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에 대한 경고 해석도
소비반등 기대-달러약세 우려
수출환경 변화·통화정책 촉각
미국이 30개월만에 통화정책 전환(pivot·피벗)에 들어가면서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도 변곡점을 맞았다.
향후 이어질 달러화 약세와 단번에 0.5%포인트(p)를 인하하는 '빅 컷'이 단행되며 미국 경기 연착륙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코로나 이후 수출 회복세에 접어들었던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9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국 통화정책 전환을 계기로, 코로나 대응 과정 유동성 과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공급망 충격이 중첩되며 촉발됐던 글로벌 복합위기로부터 벗어나는 모습”이라면서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을 계기로 내수 활성화와 민생안정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금리인하에 나서며 글로벌 경제에 변수가 줄었다는 취지다.앞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9일(현지시간) 정책 금리를 0.5%p 낮췄다. 4년 6개월 만에 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인 배터리와 반도체 산업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전기차와 배터리 소비 둔화가 반등할 수 있고 AI데이터센터를 위시해 빅테크 기업의 굵직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 통화정책 전환이 경기둔화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미국 경기침체는 그간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던 반도체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금리 인하 안팎으로 통상 나타나는 약달러 압력도 한국 수출 가격 효과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게 중론이다. 시티,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은 한국 수출 증가율이 고점(피크아웃)에 다다랐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주요 수출국 수요 둔화는 물론 환율 변동에 따른 반도체 가격 상승세 약화,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석유제품 수출 단가 하향 압력 등이 한국 수출에 전방위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간 금리인하를 미뤘던 한국은행은 수출 경쟁력 확보와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해 적극 피벗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실제 최근 국내 경기는 녹록치 않다.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로 역성장했다. 실제 2분기 한국경제는 수출(전기대비 1.2%)을 제외한 민간소비(-0.2%), 건설투자(-1.7%), 설비투자(-1.2%) 등 모든 내수 지표가 침체를 기록 중이다.
이날 열린 한국은행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향후 국내 경기·물가 및 금융안정 여건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 것”이라면서 향후 통화정책을 실물 경기를 중심으로 운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향후 한국 경제는 수출 환경 변화, 통화정책 방향성에 따라, 완만한 회복 국면이 나타나거나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두 가지 시나리오 갈림길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내수 부문 경기 안전판 역할을 확보하기 위해 금리 인하 기조로 전환과 재정 지출 효율성 제고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