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시장 대형 M&A `고객엔 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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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프트웨어(SW) 업계의 인수·합병(M&A)이 큰 흐름으로 굳어졌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IBM의 코그노스 인수 사례에서 보여 주듯이 ‘빅 딜(big deal)’이 연이어 성사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성장 전략의 하나로 떠오른 인수 합병은 과연 긍정적인 효과만 있을까.

25일 대형 인수합병이 오히려 소비자에게는 실익이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기업 CIO와 CTO, 전산 담당 부서와 같은 고객은 합병에 따른 추가 비용을 감수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

가장 큰 불만은 제품 라인업 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 기업을 인수한 후 제품 라인업을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 데 예상 외로 시간이 많이 걸리면서 고객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오라클은 피플소프트를 지난 2005년에 인수했지만 아직도 시스템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라클과 피플소프트 제품을 모두 사용했던 웨스턴 리저브 대학의 레브 고닉 CIO는 “인수 후 제품이 합쳐지면 보다 효율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통합 작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오히려 시스템 유지 비용만 늘어났다”고 토로했다. 이 대학은 현재 두 개 시스템 유지 비용으로 1년에 20만달러 가량을 더 내고 있다.

구매 파워도 훨씬 약해졌다. 최근 인수 합병은 작은(start-up) 기업보다는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들 기업을 인수한 후 제품을 취급하는 협력 업체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선택의 폭이 좁아진 고객은 가격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중견 기업인 그란티 락은 수년 전 JD에드워드의 회계 프로그램과 크리스털 디시젼의 재정관리 프로그램을 구매했다. 이들 기업은 각각 오라클(JD에드워드)과 비즈니스오브젝트(크리스털)로 인수됐다. 비즈니스오브젝트는 다시 SAP가 인수를 추진 중이다. 그란티 락은 인수 후 오라클에 내는 유지보수 비용이 12%에서 22%, 비즈니스오브젝트에는 22%에서 25%로 늘어났다.

마지막으로 보다 세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됐다. 한 마디로 소프트웨어 공급 업체와 끈끈한 관계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 이는 인수 후 영업과 서비스 인력의 숫자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머큐리 제품을 사용했던 파트너스 헬스케아 시스템의 스티브 플래미니 CTO는 “HP가 머큐리를 인수하기 전에는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시간으로 대응을 해 주고 수시로 이야기를 나눴지만 지금은 서비스 담당자를 보기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기술조사 업체인 AMR리서치는 “대형 인수 합병은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주주에게도 큰 혜택을 주지만 고객은 이런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라며 “인수합병은 마치 멋진 리본으로 감싼 개밥처럼 실익이 없다”고 분석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