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9. 개인 맞춤 의료서비스
연일 거래처와의 만남으로 술자리가 잦은 박 과장.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드는 졸음과 잠을 자도 개운치 않은 몸을 이끌고 오늘도 집을 나선다. 그러던 박 과장은 초등학교 친구인 의사의 건유를 받아 큰 맘먹고 유전자 치료를 선택했다. “20년 후 당신의 간암 발병 확률은 60%입니다.” 입속 구강점막과 침을 이용해 유전자 분석치료를 받은 박 과장이 받은 진단이다.
◇개인맞춤의료 시대 개막 눈앞=개인별 맞춤의료 서비스 시대가 조용히 다가오고 있다. 인간이 타고난 유전체를 분석해 어떤 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게놈 분석 데이터 기반의 사전 질병진단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진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금까지 밝혀진 의학지식과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220여가지의 질병 발병 가능성을 분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암 관련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발견되면 수술을 통해 암 발생 가능성이 있는 부위를 미리 제거하는 치료법이 확산 추세다.
2003년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된 후 병원 또는 의료보험, 의료서비스 기관에서 개인맞춤 의료서비스가 속속 도입되고 있는 것. 실제로 FDA 승인 치료제 중 121개가 라벨에 약물유전체 정보를 담고 있다. 허셉틴, 얼비툭스, 벡티빅스 등 6개 치료제는 처방 전 유전자 검사를 요구한다.
시장조사기관인 프라이스 워터 하우스 쿠퍼스에 따르면 지난 2009년 2320억달러 규모였던 개인맞춤의료 시장은 2015년까지 약 452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개인의 게놈 분석은 의료 분야에도 비포서비스(BS) 시대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애프터서비스(AS)가 아니라 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기 때문. 의사들은 보다 스페셜화 된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를 관리할 수 있다. 병이 생긴 후 고치는 치료(Cure)가 아니라 발병 전에 예방하는 케어(Care)가 가능해 진다. 맞춤형 의약품을 이용한 유전자 치료도 선제적으로 가능해진다. 환자들은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의료비가 급증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간 의료비 증가율이 8.7%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약물 복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기존 치료제는 질병완치가 불가능한 반면 맞춤형 치료제는 질병을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물밑 경쟁 심화=국내에서는 마크로젠, 테라젠, 차병원 등이 개인별 맞춤의료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마크로젠은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서비스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는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GMI)와 공동으로 미국의 차세대 시퀀싱 장비 전문업체인 일루미나(Illumina)가 올 7월 발표한 일루미나 지놈 네트워크 프로그램의 파트너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앞서 이 회사는 2008년 11월 한국인 남성 개인 유전체 전장서열 분석을 국내 최초로 완료했으며, 올 3월에는 한국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인들의 유전적 특성을 규명했다. 테라젠은 바이오인포매틱스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최초의 개인 유전자 정보서비스 헬로지놈과 헬로진을 출시했다. 온라인 기반의 유전자 정보분석 서비스인 헬로진을 제공중인 테라젠은 한국판 23앤드미로 불리기도 한다.
삼성전자 역시 삼성종합기술원, 삼성테크윈, 삼성SDS 및 삼성의료원 등과 협력을 통해 사업을 준비 중이다. GE헬스케어코리아는 환자들이 과다한 방사능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해 주는 맞춤형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했다. GE가 삼성서울병원 정명진 교수팀과 함께 개발한 DIIS(Dose Information Integration System)는 검진환자들이 과다한 방사선 노출로 인해 해를 입지 않도록 모니터링 하는 솔루션이다.
X-Ray에 대한 환자의 일정기간 동안의 방사선 노출량을 의료장비로부터 얻어진 영상의 정보를 통해 분석하고 이를 계산해서 보여준다.
윤명옥 GE헬스케어코리아 부장은 “방사선 노출에 대한 환자들의 염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의료진들은 방사선 노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관찰 추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작년 말부터 병원에서 발생하는 영상의 정보를 수집해 환자의 각 부위별 방사선 노출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시스템은 차움검진센터에 최초로 상용화 돼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전자 분석 서비스 제공업체가 등장했다. 놈(Knome), 디코드미, 패스웨이지노믹스, 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유전자 해독 및 분석 시장의 파이를 키워가는 중이다.
국가별로는 미국 영국을 비롯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세계 최대 지놈분석센터인 중국 베이징게놈연구소(BGI)는 미국 회사에서 최신 유전자분석 장비 120여대를 구입했다. 지난 2000년 유전자 염기서열(Genome) 해독을 주도했던 미국의 크레그 벤터(Craig Venter) 박사가 이끄는 연구소 역시 이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꼽힌다.
새로운 의료환경 시대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기술개발 경쟁도 불붙고 있다. 23앤드미(23andMe)와 내비지닉스(Navigenics) 등의 기업은 혈액 한 방울로 질병관련 유전자를 해독해 암 당뇨 치매 등 주요 질병을 진단한다. 구글은 23andMe에 지분을 투자하고, 질병과 유전자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하버드 의대와 공동으로 10만명 지놈해독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23앤미는 2006년 창업 이후 구글로부터 지금까지 총 7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이 회사 서비스를 이용하면 나의 조상은 어디에 살았으며, 몸 속에 다양한 인종의 피가 얼마나 섞였는지, 내 조상의 혈육의 뿌리를 찾을 수 있다.
IBM 역시 바이오센터를 설립해 유전자 기능과 시스템생물학을 연구하고 있다. 모바일 기업들 역시 헬스케어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건강 모니터링, 영양관리, 헬스케어정보, 자가질병 진단용 메디컬 애플리케이션 등이 그것이다.
<표>개인유전자 정보 분석 서비스 제공기업현황<단위:달러>
<자료:HMC투자증권>
<소박스>개인맞춤의료의 열쇠인 게놈이란?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다. 사람의 차이를 일으키는 건 0.5%의 게놈에 따른 것이다.
100명의 사람이 모여 있다면 이들은 99.5%의 동일한 DNA를 갖고 있으나, 0.5% 다르다. 인종과 몸무게, 키 등 나와 너를 구별짓는 것은 유전자 중에서 염기 하나가 다른 스닙스(SNPs)에 기인한다.
게놈(Genome)은 유전을 일으키는 정보의 단위인 유전자(gene)와 염색체를 뜻하는 chromosome의 합성어다. 유전체로 불린다. 인간의 지놈은 46개의 염색체로 구성돼 있으며, 30억개의 염기서열로 이뤄졌다.
인간게놈 프로젝트(HGP)는 인간이 가진 모든 유전자의 위치와 염기서열을 알기 위한 연구계획이다. 1990년 미국을 중심으로 프랑스 영국 일본 등 15개국이 민간법인인 셀레라 게노믹스(Celera Genomics)의 후원을 받아 시작했다. 2000년 초안이 발표되고 2003년 프로젝트가 완료됐다.
게놈 분석 비용은 나노와 IT기술 발달에 힘입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1990년 30억달러에 달했던 인간 지놈 분석비용은 2014년경 100달러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개인 한 명당 유전자 해독에 필요한 시간 역시 15년에서 불과 4시간으로 줄어든다.
외국의 유전자 정보분석 서비스는 주로 온라인 기반으로 이뤄진다. 해당 기업 홈페이지에서 상품을 선택하고, 결제를 마치면 유전자 샘플 채취를 위한 키트가 집으로 배송된다. 의뢰인은 자신의 침을 담아 다시 회사로 보낸다. 회사는 통상 한 달가량 후 사용자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올린다.
특별 취재팀 =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김원배 기자, 이경민 기자, 이성현 기자, 황태호 기자, 대전=박희범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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