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나노급 공정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또 신규 16라인을 본격 가동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20나노급 양산에 곧 가세한다. 한국과 일본, 대만, 미국 기업이 벌인 메모리 반도체 치킨게임의 종지부다.
전자신문은 지난달 삼성전자가 20나노 양산에 돌입한다고 첫 보도(8월 16일자 16면)했다. 이 때만 해도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이렇게 빨리 할 수 있겠느냐’, ‘시장도 안 좋은데 효과가 있겠느냐’는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 삼성전자가 이를 보란듯이 깼다.
경쟁국 업체들은 수익 악화에 몰려 감산까지 하는 상황이다. 우리 업체들은 생산성은 물론이고 생산량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다. 원가 경쟁력과 신공정기술로 승부를 가르는 이 시장에서 사실상 ‘게임 끝’이다.
세계 첫 20나노급 양산을 호언장담한 일본 엘피다는 아직도 샘플 생산 수준에 머문다. 하이닉스가 엘피다보다 먼저 양산하면 경쟁국 업체들의 추격 의지는 아예 꺾인다. 경쟁국 업체 감산으로 인한 반사이익도 커질 것이다. 이 기세를 이어가 지난 80년대 말 일본 업체들이 75% 안팎 기록한 점유율 기록도 한번 깨볼 일이다. 또 더 다양한 고부가가치 시장을 개척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견고하게 할 일이다.
20나노급 공정은 몇 년 전만 해도 꿈의 공정이었다. 우리 업체들은 이제 10나노급 공정까지 도전한다. 극한을 넘은 반도체 미세 공정 개발이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지 궁금하다. 이를 우리 기업들이 주도한다니 정말 자랑스럽다.
전자정보통신산업에서 하드웨어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덜 평가된다. 이 때문에 반도체 신기술 개발에 대한 환호가 예전 같지 않다. 우리 반도체인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묵묵히 한 길을 갔다. 이들은 찬사를 받고 영광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