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어느 방향에서든 중심(성공)을 찾아가는 자이로스코프(gyroscope)가 있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2009년 독일 IFA 전시회에서 한 말이다. 이는 TV, 휴대폰으로 대표되는 삼성 세트 사업이 세계 정상에 올랐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 당시 삼성은 TV 시장에서 이미 소니를 제치고 1위를 질주했다. 휴대폰에서도 노키아를 맹추격했다. 최근 휴대폰 시장 1위 등극 소식도 자이로스코프로 대변되는 삼성의 성공 방정식이 실현된 일대 사건이다.
자이로스코프가 새삼 떠오른 것은 삼성 부품 사업 재편과 승부수 때문이다. 성공 방정식이 또 한 번 구현될지 궁금하다.
삼성디스플레이 분사 및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과의 통합, 과감한 시스템 반도체 사업 투자 결정에는 경쟁사를 압도하고 정상을 차지하겠다는 의지가 넘쳐흐른다. 삼성디스플레이 출범은 지난해 7월 사업부장 교체부터 시작해 1년여간 이어진 긴 항해의 결과물이다. 이 와중에 삼성의 자이로스코프가 작동했다. 대형 LCD 시장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전망으로 사업 체질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비슷한 시기에 경쟁사들은 시황이 개선되기만을 기다리는 천수답처럼 움츠리기에만 바빴다. 승부는 사실상 1년 전에 결판났다.
이제 반도체 차례다. 삼성은 과감한 시스템 반도체 부문 투자로 인텔과 정면승부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사실 삼성의 TV, 휴대폰 성공은 메모리 반도체 사업 성장과 궤를 함께한다. 삼성 성공 방정식의 원천이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성장 없이는 반도체 시장에서 영원히 2위에 머물 수밖에 없다.
자이로스코프는 회전체 역학 운동을 관찰하는 도구다. 선박 안전장치로도 응용된다. 반도체 시장에서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항로를 과감히 선택한 삼성호(號)의 자이로스코프가 이번에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양종석 소재부품부 차장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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