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독점적 특허 소송권 유감

[기자수첩]독점적 특허 소송권 유감

독점 시장이 만들어지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다. 독점 시장에선 생산자가 제멋대로 만든 가격에 따라 상품을 `강매`당하기 때문이다. 품질도 문제다. 생산자의 무능력 때문이든 고의든 간에 결함 있는 제품이 공급돼도 이를 사야 한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특허 소송 시장이 독점 시장과 닮은꼴이다. 민사 소송법에 따라 변호사 이외의 사람은 특허 침해 소송에서 소송대리인이 될 자격이 없다. 생산자 격인 변호사가 결정한 가격에 맞춰 서비스를 구매해야 한다. 변호사 독점 시장인 셈이다.

소비자는 소송 당사자다. 이들은 대부분 기업·연구원·발명가로 기술 개발에 피땀 흘린 특허권자다. 모두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지 않기 위해 변호사가 부르는 가격에 맞춰 소송대리권을 넘긴다.

가격은 둘째 치고 서비스 품질이 더 걱정이다. 과학기술 분야 전문 지식이 부족한 변호사가 특허 침해 소송을 맡을 때 특허권자는 `변호사가 기술 원리, 기술 범위, 특허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라고 우려한다. 변호사가 특허 침해 소송을 맡을 때 특허 전문가인 변리사를 따로 고용한다는 건 이제 공공연한 일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3일 특허 침해 소송 대리권과 관련해 다시 변호사 손을 들어줬다. 업계는 “법원도 변호사도 법조계라는 성(城)안에 있는 한통속”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밥그릇을 놓지 않으려는 변호사들의 독점 시장이 계속 유지된다는 것이다.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생산자든 소비자든 경쟁체제를 이뤄야 한다. 이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다양하게 넓혀야 한다는 의미다. 변호사들은 “변리사는 소송에 대한 법률적 전문 소양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양성을 보장한 시장에서 검증하는 것이 맞다.

변리사와 과학기술계가 협력해 `변호사와 변리사의 공동 소송대리권`을 위한 입법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일각에선 변호사와 변리사의 밥그릇 싸움으로 본다. 그렇지만 시장 안에서 제대로 된 경쟁을 하는 것은 당연한 원리며 소비자로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권동준 벤처과학부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