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품목으로 살펴본 30년사-반도체] IT 강국 코리아 기반 다진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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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억달러, %)

(자료:무역협회, 아이서플라이)

반도체는 30여년에 이르는 우리나라 전자산업 성장사에서 첫 손에 꼽히는 주인공이다. 반도체는 관련 통계가 정확히 집계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2008, 2009, 2011년)을 제외하고는 수출 1위 품목 자리를 내주지 않은 국가 주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대형 LCD 패널과 TV, 휴대폰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1위로 가는 초석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기술 자립을 이끈 반도체 산업 역군들이 연관 산업 전반에 뻗어나가 IT 산업의 든든한 뿌리가 됐다. IT 강국 코리아의 기반은 반도체 산업 그 자체다.

[4대 품목으로 살펴본 30년사-반도체] IT 강국 코리아 기반 다진 주역

참고용 / 1980년대 삼성 기흥 공장 부지 전경
참고용 / 1980년대 삼성 기흥 공장 부지 전경

◇반도체 신화의 서막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시작은 1965년 고미전자산업의 설립이다. 미국 코미(Commy)사와 합작 설립된 이 회사는 트랜지스터를 조립 생산하며,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씨앗이 됐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까지 국내 반도체 산업은 외국 기업들의 후공정 생산기지 역할에 머물렀다.

1978년부터 1984년에 이르는 6년 간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신화의 서막을 알리는 중대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자원은 부족하지만 뛰어난 인력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반도체 산업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전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집중된 것이다.

특히 이병철, 정주영 창업주의 결단에 힘입어 삼성과 현대가 반도체 사업에 진출함으로써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됐다. 그 첫 번째 결실은 1983년 삼성반도체통신의 64K D램 개발 성공이었다. 삼성은 반도체 사업 진출 선언 6개월만에 64K D램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만해도 미국과 일본의 일부 기업들만 가능했던 고집적 메모리 반도체를 1년도 안 돼 개발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반도체 산업 진출을 놓고 고민하던 유럽 각국 등 세계 반도체 업계를 충격에 빠뜨리기 충분한 뉴스였다. 이후 삼성은 착실하게 메모리 집적 기술을 축적하면서 선진국 추격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1994년 삼성은 256M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드디어 기술 자립에 성공했다. 이미 그 1년 전인 1993년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뒤였다. 양산 기술은 물론 메모리 집적 기술에서도 세계 정상을 확인하며 반도체 신화가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국가 주력 산업이 되다

1990년대 들어 국내 반도체 수출은 급격히 늘어났다. 과감한 양산 및 기술개발 투자에 힘입어 규모의 경쟁력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반도체 수출액은 1992년 처음 100억달러를 돌파한데 이어 2000년에는 260억달러까지 늘어났다. 특히 2000년에는 국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빠르게 강국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대기업의 공격적인 투자와 초기 핵심 기술 개발 과정에서 산·관·학의 밀접한 협업이 큰 역할을 했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에 대응해 정부와 학계는 초기 메모리 집적 기술 축적을 위한 다양한 공동 연구를 활발히 진행했다. 특히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메모리 반도체는 우리나라에 최적의 산업으로 꼽힌다. 미세 공정과 같은 뚜렷한 지향성이 있고, 개발부터 양산까지 수백가지 프로세스에 필요한 방대한 협업 체계는 우리나라의 민족적 특성과 잘 부합한 것이다.

권오철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은 “국내 반도체 산업은 1980년대 PC혁명과 2000년대 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확대 등 시기에 맞춰 적절하게 시장에 진입하고 대규모 양산에 성공함으로써 큰 성공을 일궜다”며 “위기 때마다 과감하게 연구개발에 투자해 경기가 회복될 때 더 큰 수혜를 누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다

2000년대에도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지속 성장을 거듭한다. 2010년에는 500억달러 수출을 사상 처음 돌파하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인했다. 2010년 D램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60%에 육박했다. 1992년 26% 수준에서 세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나라 업체들이 차지하는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2002년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의 뒤를 잇는 2위에 역대 처음 등극했다. 1년만에 도시바, ST마이크로, TI를 한꺼번에 제치고 일약 5위에서 2위로 급부상한 것이다. SK하이닉스도 2006년 이후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10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과감한 투자 결정에 힘입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이제 메모리에 편중된 사업 체질을 혁신하고 명실상부한 반도체 대표 국가로 부상하기 위한 준비에 본격 나섰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중심으로 시스템 반도체 사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전체 반도체 투자액 중 시스템 반도체 비중이 처음으로 과반을 넘었다. 또 미국 오스틴 생산법인을 시스템 반도체 전용 라인으로 전환하기 위해 50억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중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팹 기공식을 개최하며, 반도체 사업 시작 30년만에 중국 생산 시대도 열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