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LED 중고 장비가 뜬다

발광다이오드(LED) 칩·패키지 전문 업체 일진LED는 지난해 금호전기 자회사인 더리즈를 인수하면서 현물 출자 형태로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중고 설비를 들여왔다. 2인치 사파이어 웨이퍼 전용 장비를 4인치 장비로 개조해 지난 연말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비싼 모델은 30억원에 이르는 MOCVD 새 제품을 구매하기보다 중고 장비를 활용해 초기 투자 비용을 대폭 절감했다.

반도체·LED 등 대규모 장치 산업 전반에서 설비 투자가 침체된 가운데 최근 중고 장비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신 장비에 비해 60% 이하의 비용 투자만으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고,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중국 업체들이 LED 과잉 투자로 쌓인 MOCVD 재고를 상당수 시장에 풀면서 새 제품이나 다름없는 중고 장비를 싸게 구할 수 있다는 것도 최근 나타난 현상이다. 대만 에피스타, 중국 산안 등 장비 보유 대수 기준 1·2위를 다투는 회사들은 인수합병(M&A)과 더불어 중고 장비를 대량 구매해 250대 이상의 MOCVD를 갖췄다.

반도체 시장 역시 중고 장비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지난해 PC용 D램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300억원 이상의 중고 장비를 투입해 생산량을 늘린 바 있다. 낸드플래시 공정도 중고 장비 활용률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3차원 적층구조 낸드플래시 `V낸드`는 기존 노광(리소그래피) 장비를 활용해 제조할 수 있다. 20~40나노미터(㎚) 선폭을 구현하기 위한 193㎚ 파장대 이머전(액침) 장비만으로도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미국 TI 역시 300㎜ 아날로그 반도체 공장(팹)을 건설하면서 대부분 장비를 중고로 구매해 원가를 절감했다. 대만 TSMC는 아예 중고 장비 구매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LED 중고 장비 시장은 지난 2010년 60억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 2012년 300억달러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미세화 진행 속도가 더뎌지고 새로운 공정이 개발되면서 중고 장비 시장 또한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