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5 프리미엄 제품이 파생 모델로 출시될 것이라는 말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갤럭시S5 언팩 행사 이후 ‘플래그십 모델=프리미엄 제품’이라는 등식이 깨졌기 때문이다. 갤럭시S 플래그십 모델의 고급 이미지가 희석된 만큼 프리미엄 파생모델 출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번 언팩 행사에서 사양이 높지 않은 갤럭시S5를 공개했다. 당초 갤럭시S5는 64비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초고해상도(QHD, 560ppi) 디스플레이, 3GB 모바일 D램을 채택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실제로 공개된 갤럭시S5에는 32비트 AP가 적용됐고, 디스플레이는 갤럭시노트3와 비슷한 수준이다. 모바일 D램은 오히려 3GB에서 2GB로 줄었다. 갤럭시S부터 갤럭시S4까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디스플레이·메모리 등 핵심 하드웨어 성능을 계속 높여온 관행을 스스로 깬 셈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5 출고가를 80만원대로 맞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하드웨어를 무작정 업그레이드하면 회사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기술적인 자존심보다 시장이 중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판매량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거나 의도적으로 하드웨어 자원을 아껴놓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이번 언팩 행사에서 AP와 디스플레이 대신 방수방진·지문인식·1600만 화소 카메라모듈 등 부가 기능에 초점을 맞춘 이유다.
플래그십 모델이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으로 무게 축을 옮긴 만큼 파생 모델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4까지 프리미엄 플래그십 모델을 내놓고, 전반적으로 하드웨어 사양을 낮춘 파생모델을 잇따라 출시했다. 하지만 이번 갤럭시S5 파생모델 중에는 오히려 하드웨어 성능을 높인 제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2000만 화소 카메라모듈·QHD 디스플레이·메탈 케이스 등 주요 부품이 갤럭시S5 프리미엄(가칭)에 장착될 수 있는 유력 후보군이다.
스마트폰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프리미엄 제품이 삼성전자 전체 스마트폰 판매에 기여하는 비중은 줄었지만, 브랜드 가치·마케팅 측면에서 여전히 중요하다. VVIP 시장을 잘 공략하면 명품 브랜드처럼 과시적 소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애플 아이폰5S 골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또 브랜드 가치가 높으면 비슷한 중저가 모델도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 브랜드 프리미엄 효과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플래그십 모델을 중저가 시장에 맞춘 것은 양날의 칼과 같다”며 “스마트폰 판매량을 유지하는 것 못지않게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는 게 삼성전자의 숙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