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인텔개발자포럼(IDF) 2015에서 메모리 시장 복귀를 재확인했다. 인텔과 마이크론은 지난달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장점을 합친 차세대 메모리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IDF에서 상세한 제품 사양이나 출시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새 브랜드와 서버용 듀얼 인라인 메모리 모듈(DIMM) 출시를 예고했다. 기존 대표 메모리인 낸드플래시와 D램 시장 구도에 변화를 이끌어 낼 전략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미국·유럽, 일본을 거쳐 19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쥔 산업이다. 경쟁사를 잇달아 제친 우리 업계와 정부는 메모리 산업은 이제 그냥 놔둬도 굴러가는 분야로 취급했다. 그 사이 우려했던 중국이 정부를 등에 업고 메모리 투자를 선언했고, 여기에 미국까지 가세하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인텔·마이크론의 메모리 시장 진출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아직 미지수다. 차세대 메모리 상용화는 실제 제품 출시와 검증 단계를 거친 이후에도 시장 논리에 맞아야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산업 특성상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고, 투자에 따른 성과도 산업 사이클과 맞아 떨어져야 한다. 중국 역시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기술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그럼에도 미국과 중국은 세계 메모리 시장을 장악한 한국 반도체업계에는 적지 않은 위협으로 다가온다. 미국은 반도체 선발국으로서의 기술적 저력을, 중국은 반도체 최대 소비국이자 제조 강국이라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 방심 또한 금물이다.
우리 반도체업계도 꾸준히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을 진행해 왔다. 또 대용량화와 미세공정화가 생명인 메모리 제조 기술 진화도 선도해 왔다. 어렵게 확보한 시장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정부도 과거와 같은 전폭적 지원은 아닐지라도 메모리반도체 업계 사업 여건 변화와 고민을 다시 한 번 들여다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