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박근혜정부 장수(長壽) 장관으로 분류된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입각해 2년 6개월 이상 산업부를 이끌었다. 안팎에서 ‘일 잘하는 장관’으로 평가받은 덕에 몇 차례 개각을 비켜나갔다.
지난해가 절정이었다. 한중,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을 연이어 타결했다. 외교·통상에서 산업·통상 체계로 바뀐 이후 지속된 주변 우려를 해소했다. 수출·무역규모·무역흑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무역 3관왕’을 2년 연속 달성했다. 연말 원전 해킹 사고가 일어났지만 특유의 신속한 현장 대응력으로 위기를 넘겼다.
올해는 다르다. 산업부 주가 상승 일등공신이었던 통상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악재로 돌변했다. 때를 노린 듯 일각에서는 산업·통상 체계가 잘못됐다는 지적까지 제기했다.
수출 곡선은 올해 들어 한 번도 위를 향하지 못했다. 무역 3관왕은 물론이고 5년 연속 무역 1조달러 달성도 힘들어 보인다. 주력산업 위기가 확산돼 산업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반전 기회는 있다. 한중 FTA 국회 비준 동의를 이끌어 연내 발효시키면 TPP 미가입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원샷법’으로 불리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연내 통과시키면 주력산업 위기론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며 숨을 돌릴 수 있다. 누구보다 윤 장관이 두 과제의 시급함을 잘 알기에 직원을 독려하면서 자신도 열심히 뛰고 있다는 전언이다.
정치인 장관 복귀로 연내 순차 개각이 예고됐다. 3년차 윤 장관은 예전에도 그랬듯 개각명단에 오르내린다.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탓에 내년 총선 출마설도 끊이지 않는다. 모쪼록 숙제를 마감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4년차 장관 혹은 더 나은 곳을 향하기 바란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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