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반도체 정도?"

“한국과 협력할 계획이 있는가?”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부문은 협력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산업인가?”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산업이다.”

“그래서, 어떤 산업이란 말인가?” “(마지못한 듯)음...반도체 정도?”

한국과 중국 정부 관계자 사이에 오간 대화다. 한국 산업을 바라보는 중국 속내가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가 중국 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하던 산업분야가 이미 중국 입장에선 경쟁상대가 아니다. 중국 정부 관계자 시선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지난 25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투자협력포럼에 참석한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관계자는 “한국이 앞서 있는 부분도 있지만, 중국이 경쟁력을 갖춘 분야도 많다”며 “스마트시티 건설을 비롯한 ICT분야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서 중국 기술력이 한국을 속속 추월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몇마디 말을 과대포장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중국의 자신감을 과소평가할 수 있는 근거도 마땅치 않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집행력과 거대한 시장, 고급 인력과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친 중국은 곧 동북아를 넘어 세계 산업지형을 바꾸는 동력이 될 것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중국의 선제적 산업 구조조정이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2~3년 전부터 시작된 중국 주력산업 구조조정은 올해 핵심 정책으로 부상했다. 중국은 철강, 석유화학 등 공급과잉 업종은 물론 자동차를 비롯한 차세대 산업도 ‘규모의 경제’에 방점을 찍었다.

이제야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뒤늦게 산업 재편에 나선 우리나라가 중국을 따돌릴 동력이 남아있을까? 조금은 뜬금없게 들릴 수도 있지만 ‘앞으로 우리 자식들이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중국 굴기(〃起)’ 앞에 답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답을 찾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베이징(중국)=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