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송하윤, ‘별’은 그렇게 ‘여름날 햇빛’이 됐다

출처:/사진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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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 이재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기억나는 캐릭터를 꼽으라면 열이면 열 주오월을 언급한다. 뽀글뽀글 펌에 지능이 떨어지는 사투리를 쓰는 애 엄마에 ‘불사신’에 가까운 생명력으로 연민을 자아냈던 캐릭터는 안방극장에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주오월 캐릭터는 ‘신 스틸러(scene stealer)’를 넘어 ‘신 리더(scene leader)’라 불러도 될 만큼 극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쯤 되다보니 대중의 관심은 주오월을 연기한 배우 송하윤에게로 집중됐다. 이미 다수의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했던 그였기에 대중이 그를 알아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깨닫는 것이지만, 그는 작품을 통해 항상 대중의 곁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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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윤은 최근 드라마 종영 후에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작품을 통해 받은 관심과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다. 애교 많고 밝았던 오월이의 성격은 송하윤 본인에게서 나온 듯하다. 그는 축하 인사에 쑥스러워하며 겸손하게 입을 열었다.

“전작들이 없었으면 ‘내 딸, 금사월’의 주오월은 없었을 거예요. 주오월의 밝은 부분은 MBC 드라마넷 `스웨덴 세탁소`(극본 김윤희 이은영, 연출 정환석 김승일 노지혜) 김봄 캐릭터를 통해, 중후반부의 감정신은 KBS2 `TV소설 그래도 푸르른 날에`(극본 김지수 박철, 연출 어수선) 이영희 캐릭터 덕분에 배울 수 있었거든요. 게다가 이번 현장에서도 전인화, 안내상, 손창민 선생님 등이 제 부족한 점을 채워주시고 잘 할 수 있게 에너지를 많이 쏟아주셨어요. 제가 오월이를 만든 게 아니라 주위의 선배님, 연기자 분들, 스태프 분들이 잘 만들어 준거라 생각해요.”

출처:/사진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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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오월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롤러코스터 급 인생 탓에 캐릭터 성격 변화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극의 중심이라기보다 일부였기에 작품 선택에 있어서도 망설여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의외로 소탈했다.

“최근에 아침드라마를 하면서 절대 제 자신을 믿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너무나 부족했다는 것을 느꼈기에 ‘내 딸, 금사월’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했거든요. 특히 감독님과 작가 선생님과 첫 미팅 때 정말 좋았어요. 오월이랑 송하윤이랑 매칭이 된다며 믿고 맡겨주셨거든요. 덕분에 저도 망설임 없이 작품을 선택했죠. 촬영 때도 제가 아직 그릇이 작기에 다 내려놓고 연기했어요. 캐릭터 자체도 그랬지만, 심지어 촬영 전 숍에 가지도 않고 스스로 메이크업을 하거나 현장에 있는 스태프의 도움을 받는 등 최대한 있는 그대로 꾸미지 않으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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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데뷔 13년차. ‘김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그는 지난 2012년 SBS 드라마 ‘유령’을 기점으로 ‘송하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하윤’이라는 이름은 ‘여름날 햇빛’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새 이름을 가지고 연기 인생의 2막을 열었던 그는 마침내 ‘내 딸, 금사월’을 통해 진짜 ‘여름날 햇빛’이 됐다.

“매 작품을 통해 연기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어요. 목표가 하나 생겼는데, 바로 ‘매일매일 행복해지는 것’이에요. 제 마음이 좋고 행복해야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다 생각해요. 같이 작품을 했던 선생님들도 힘들거나 지칠 때도 있었을 텐데 한 번도 화내거나 남 탓을 하지 않으셨어요. 도리어 좋은 마음을 가질 수 있게끔 이끌어주셨거든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반성했었죠. 앞으로 다양한 장르에서 더 많은 역할을 맡고 더 많은 현장에서 좋은 분들을 만나 많이 배우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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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가슴에 ‘별’이 아닌 이제는 여름날 모든 이에게 내리쬐는 ‘햇빛’이 돼 있는 그에게 ‘대기만성(大器晩成,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함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말을 붙여주는 게 맞는 것일까. 송하윤은 아직 스스로를 낮추며 겸손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중이다.

“어렸을 때는 못해서 혼나는 것을 무서워하고 싫어했는데, 이제는 그게 저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재미있게 느끼면서 일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지켜봐주세요.”

교복 차림의 학생부터 뽀글머리의 아줌마까지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던 송하윤이 또 어떤 작품으로 대중의 앞에 서게 될지 기대가 모아진다.

조정원 기자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