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OE와 스카이워스가 패널부터 TV 세트까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출시 전략을 발표함에 따라 BOE의 대형 패널 기술력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국내 패널 업계는 BOE가 대형 OLED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설비가 없어 대량 생산까지 몇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중국에서 대형 OLED 기술을 연구개발(R&D)하는 곳은 BOE, 차이나스타(CSOT)다. 이들 두 기업 모두 LG디스플레이와 동일한 화이트OLED(WOLED) 방식을 채택했다. 차세대 공정인 잉크젯 프린팅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TV 디스플레이를 OLED가 아닌 퀀텀닷LED(QLED)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WOLED와 잉크젯 프린팅 기술 개발에 더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삼성이 없는 시장이라면 세계 1위를 노려볼 수 있다는 포석이 깔렸다.
◇중국산 OLED, 당장은 소량에 그칠 것
BOE와 스카이워스는 내년부터 자체 개발한 OLED TV를 양산한다고 발표했지만 대량 생산이 아닌 소량 공급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BOE에 TV용 OLED 패널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BOE는 안후이성 허페이에 위치한 8.5세대 LCD 라인 B5에 WOLED 파일럿 라인을 보유했다. WOLED 기술력을 보완하고 양산력을 높이기 위해 2014년 하반기부터 8.5세대 OLED 패널을 월 1000장 규모로 시험 생산하고 있다.
업계는 당초 BOE가 올해 초 설비를 증설하고 연말에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말 기준 월 2만6000장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 설비 투자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건설하고 있는 10.5세대 LCD 라인 일부를 활용, OLED 잉크젯 프린팅 파일럿 라인이나 양산 라인 설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유일 대형 WOLED 패널을 양산하는 LG디스플레이에 비하면 물량 면에서 아직 비교할 수준이 못 된다. LG디스플레이 8세대 WOLED 생산 능력은 올해 말 기준 월 3만6000장 규모로 추정된다.
BOE가 파일럿 라인에서 제품을 소량 생산한다 하더라도 아직 양산 기술력이 부족, 수율 문제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 수율 때문에 생산 능력과 실제 생산량에 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설비 투자에 1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고, 초기 가동부터 수율 안정화에 걸리는 기간을 따지면 당장 대규모 생산은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LG디스플레이, 위기이자 기회
BOE를 시작으로 중국에서 대형 WOLED 패널을 생산하면 LG디스플레이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는다. 경쟁사가 등장하면 대형 OLED 시장의 파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약 4년 동안 유일하게 대형 OLED를 생산해 왔지만 새로운 경쟁사가 진입하면 시장 성장성을 검증받은 셈이 된다.
위기는 생각보다 높은 중국 패널 품질과 현지 TV 제조사와 긴밀한 협력 관계에서 터져 나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일 “발표한 BOE 패널을 살펴보니 생각보다 품질이 나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시제품이고 실제로 양산하면 차이가 발생하지만 예상보다 품질이 높아 BOE의 WOLED R&D 결과가 일정 수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 패널 제조사와 OLED TV 우군인 중국 TV 기업의 끈끈한 협력 관계도 추후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OLED 국산화를 적극 지원하는 만큼 중국 패널-TV 기업 간 적극 협력은 당연하다. 한국 OLED 패널이 품질과 가격으로 중무장하지 않는 한 협력 우위에서 밀릴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중국 패널 제조사가 대형 OLED에 관심을 두고 투자를 본격화할 가능성을 보여 준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제 양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 대형 OLED 시장이 커지고 생태계가 조성되는 긍정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차세대 TV시장 OLED 세몰이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현재 프리미엄 TV 시장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퀀텀닷 진영과 LG전자가 주도하는 OLED 진영이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세력이 팽팽했지만 올해 들어 OLED 진영이 세를 불리는 것이 두드러진다. OLED 진영에 가세한 업체는 12개로 늘었다. 내년부터 일본 소니도 가세할 예정이다. 여기에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가 패널을 양산하면 OLED TV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퀀텀닷 진영을 주도하는 삼성전자는 OLED 진영에 맞설 차별화된 경쟁 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 OLED 진영을 이끄는 LG전자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 시장이 커지면 프리미엄 TV로 OLED TV가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다. LG전자의 입지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중국산 OLED TV가 가격은 물론 품질까지 높이면 시장 점유율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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