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잉크형 EMI 차폐’ 공정 외주준다

내년 하반기 상용화 어렵다 판단…애플 물량 대만업체에 맡겨

애플 아이폰7. 아이폰에 탑재된 주요 반도체는 EMI 차폐 공정이 적용돼 있다.
애플 아이폰7. 아이폰에 탑재된 주요 반도체는 EMI 차폐 공정이 적용돼 있다.

삼성전자가 내년 애플의 아이폰용 낸드플래시 전자파간섭(EMI) 차폐 공정을 대만 업체에 맡긴다. 자체 개발하던 스프레이 방식의 EMI 차폐 기술 상용화에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스프레이 방식 기술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잉크 형태의 차폐재 개발이 순조롭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는 최근 대만 외주 패키지 업체와 EMI 차폐 작업 논의를 마쳤다. 대만 업체는 삼성전자로부터 패키징이 완료된 256기가바이트(GB) 낸드플래시 칩을 받아 스퍼터링 방식으로 EMI 차폐 작업을 수행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한화케미칼과 잉크 형태의 EMI 차폐재를 개발해 왔다. 그러나 최근 중간 성과물을 점검한 결과 `(현재로선) 상용화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화케미칼이 개발한 잉크 형태의 EMI 차폐재는 은과 탄소나노튜브(CNT)를 합성한다. 그러나 은과 CNT가 제대로 섞이지 않아 스프레이 공정에 투입할 수 없다고 잠정 판단했다.

삼성전자는 삼성SDI 전자재료 사업부를 포함한 글로벌 재료업체에 잉크 차폐재 개발을 새롭게 맡겼다. 그러나 당장 내년 공급 물량을 소화하려면 외주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스프레이 공정 상용화 목표는 내년 하반기지만 삼성 안팎에선 다소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EMI 차폐 기술은 전자파 간섭에 따른 예상치 못한 이상 작동을 방지한다. 애플은 주요 반도체 부품 간 전자파 간섭을 줄이기 위해 이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아이폰7에 내장된 무선주파수(RF) 칩과 낸드플래시 메모리에 EMI 차폐 기술이 적용됐다. 즉 EMI 차폐 과정을 수행하지 못하면 칩 공급이 어렵다.

외주 패키징 업계는 초박형 금속 차폐재를 씌우는 스퍼터 장비로 EMI 차폐 공정을 수행한다. 스퍼터링은 재료에 물리력을 가해 대상 표면에 박막을 고르게 증착시키는 장비다.

삼성전자는 EMI 차폐 공정 독자 라인을 갖추기 위해 스프레이 방식을 고려했다. 장비 값이 스퍼터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스퍼터 재료와 비교하면 잉크 가격이 낮아 공정비가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삼성은 온양에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괄 공정 체제를 구축, 외주 작업을 줄이려 했다.

EMI 차폐 잉크 재료 개발이 난항을 겪으면서 삼성전자 내부에선 스프레이 대신 스퍼터링 방식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근 스퍼터 장비 가격이 많이 떨어져서 이 주장에 일부 힘이 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스퍼터와 스프레이 장비 전문 업체 간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다만 스퍼터링 방식을 도입했을 때 외주 패키징 업체가 가진 특허를 어떻게 피해 나갈 것이냐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재료가 문제지만 스프레이 방식은 드라이 공정 대비 수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습식 공정이어서 대량 생산 시 수율 확보가 어렵다”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도 스프레이 방식 EMI 차폐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