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2016 결산|KBS 드라마] 상향평준화 속 시청률 낮은 ‘웰메이드’ 작품도 눈길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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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올 한해 KBS가 내놓은 드라마들은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상향평준화됐다. 물론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작품도 있었지만, 대박을 터뜨린 작품이 이를 능가하며 KBS의 체면을 살렸다. 낮은 시청률에도 ‘웰메이드’ 수식어를 이끌며 팬층을 형성한 몇몇 드라마·단막극도 있었다.

◇ KBS 먹여 살린 효자들



KBS의 상반기는 ‘태양의 후예’(이하 ‘태후’)가, 하반기는 ‘구르미 그린 달빛’(이하 ‘구르미’)가 효자 노릇을 했다. 송중기와 송혜교가 출연한 ‘태후’는 당초 SBS의 편성이 논의됐지만 협찬의 어려움 문제로 편성을 포기했다. 이때 KBS는 발 빠르게 ‘태후’를 잡아챘고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특히 화제성이 높았던 월화극 ‘동네변호사 조들호’와 수목극 ‘태양의 후예’의 편성이 맞물리며 KBS가 평일 미니시리즈 시장을 꽉 쥐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전제작의 시초를 다진 ‘태후’는 젊은 군인과 의사를 통해 삶의 가치와 극한 상황에서도 꽃피는 로맨스를 그려냈다. 이 작품은 ‘송송커플(송중기+송혜교)’ ‘구원커플(진구+김지원)’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고 김민석, 박환희 등 주조연할 것 없이 모두가 조명 받았다.

[ON+2016 결산|KBS 드라마] 상향평준화 속 시청률 낮은 ‘웰메이드’ 작품도 눈길

‘~말입니다’라는 올해 최고의 유행어를 비롯한 명대사를 만들어내며 ‘대본의 신’ 김은숙의 힘을 톡톡히 발휘하기도 했다. 시청률 또한 경이로웠다. 14.3%(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로 시작한 드라마는 최종회에서 38.8%를 기록하며 이례적인 수치를 달성했다.

OST 또한 발매되는 족족 막강한 가수들을 물리치고 음원차트 상위권에 장기 집권하는 등 그야말로 ‘태후’ 신드롬을 일으켰다. 당시 과도한 PPL로 논란이 일긴 했지만, 한중동시방영으로 막대한 수익을 끌어냈으며 이후에도 중국, 일본, 필리핀, 그리스 등 각지에 수출됐다.

하반기는 ‘구르미’ 전성시대였다. 박보검이 “‘응답하라’ 시리즈에 출연한 배우들의 차기작은 성공하지 못 한다”는 징크스를 깬 작품이기도 하다. 방영 전 공개된 일명 ‘박보검의 붐바스틱’ 티저 영상은 합산 14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흥행이 전조증상을 보였다.

8.7%로 무난한 시작을 보인 ‘구르미’는 10%대 후반을 맴돌더니 종영 주에는 20%대를 돌파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태후’보다 절반의 성적이지만 평일 미니시리즈의 40%에 육박하는 성적은 매우 드문 일이며, 동시간대 방송된 작품들이 6~7%를 맴돌았던 것을 생각하면 매우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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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껑 열어보니’...실망스러웠던 기대작

흥행을 자신했지만 오히려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작품들도 있었다. 2016년 KBS 월화극의 포문을 연 ‘무림학교’는 신현준, 이현우, 빅스 홍빈, 이문식, 황인영, 이범수 등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출연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5%로 포문을 연 ‘무림학교’는 점차 3%대로 떨어지며 낮은 수치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허술한 스토리와 터무니없는 장면 등으로 쓴 소리를 들으며 결국 기존 20부작에서 16부작으로 축소해야 했다.

의학드라마 ‘뷰티풀 마인드’는 동시간대 SBS에서 방송된 또 다른 의학드라마 ‘닥터스’와 정면대결을 펼쳤지만, ‘닥터스’는 20%대를 넘나들었고 ‘뷰티풀 마인드’는 2%대로 끝나는 굴욕을 겪었다. 비슷한 소재여서 더욱 비교가 됐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평균 9%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수지와 김우빈의 만남으로 방영 전부터 대대적인 홍보를 했던 것을 생각하면 김이 빠지는 수치다. 수지의 연기력 논란과 시청자들을 끝까지 끌어당기지 못하는 뒷심 부족도 문제였다.

최근 종영한 ‘우리 집에 사는 남자’(이하 ‘우사남’)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수애와 김영광의 연상연하 로맨스로 기대를 모았으나 지루한 전개와 중심이 잡히지 않은 스토리로 혹평을 받았다. 9.0%로 시작한 ‘우사남’의 시청률은, 동시간대 방송된 SBS ‘낭만닥터 김사부’가 치고 올라오며 결국 3%대까지 떨어져 눈물을 삼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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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외의 복병...시청률보다 작품성

시청률 면에서는 아쉽지만 호평 속 기분 좋게 종영한 드라마도 있다. ‘공항 가는 길’은 불륜을 미화시킨다는 우려를 모았으나, 극을 자극적으로 이끌기보다 부부관계를 재조명하며 감정에 집중했다. 엄마로서 여성의 위치와 성역할 고정관념을 되짚으며 메시지를 던졌다.

‘아동치매’라는 생소한 소재를 다룬 ‘오 마이 금비’는 아역배우를 타이틀롤로 내세웠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이민호와 전지현의 ‘푸른 바다의 전설’, 남주혁과 이성경의 ‘역도요정 김복주’가 첫 방송되며 지상파 3사의 자존심 싸움이 일어났다.

그 결과 가장 최약체로 보였던 ‘오 마이 금비’는 꾸준히 2위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오지호와 박진희, 오윤아 등 어른배우는 물론, 아역배우 허정은까지 빈틈없는 사랑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여기에 진지함과 유쾌함을 넘나드는 전개가 더해져 완성도까지 높였다.

유일하게 KBS만 편성하고 있는 단막극 또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다. 미니시리즈 틈틈이 편성된 ‘백희가 돌아왔다’ ‘페이지터너’ ‘베이비시터’는 시청자들이 짧은 분량을 아쉬워할 정도였다.

하반기부터 방영된 드라마스페셜은 외부적으로나 내부적으로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유난히 젊은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는데, 이에 힘입어 KBS 드라마국 측은 내년에는 더욱 감각적인 작품을 효율적인 시간대에 편성할 것을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