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차기 아이폰용 낸드 플래시 메모리 패키지에 랜드그리드어레이(LGA) 방식 대신 볼그리드어레이(BGA) 방식을 적용한다. BGA가 LGA보다 접합력이 높기 때문이다. BGA 공정 도입으로 여기에 쓰이는 솔더볼 공급업체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메모리 제조업체에 아이폰용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기존의 LGA가 아닌 BGA로 패키징하라고 통보했다.
대만 폭스콘이 애플에 LGA로 패키징된 플래시 메모리가 메인보드에서 붙었다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BGA 전환을 요구, 애플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전자파간섭(EMI) 차폐 공정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LGA 방식을 고수해 왔다. LGA로 패키징된 칩은 메인기판에 달라붙는다. 칩과 기판 사이에 EMI 차폐를 할 필요가 없다. 물리기상증착(PVD)을 이용, 메탈을 증착하는 EMI차폐는 칩과 기판 사이 공간 처리가 어렵다.
LGA는 입출력(I/O) 전극을 평평한 패드 형태로 뺀 패키지를 말한다. 솔더페이스트를 기판 위에 바른 후 LGA로 패키징된 플래시 메모리를 표면실장(SMT)한다. 종이 위에 풀을 발라 물건을 붙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솔더페이스트는 기판과 칩 사이에서 풀과 같은 역할을 한다. 폭스콘은 솔더페이스트 접착 미흡으로 플래시 메모리 표면실장 수율 문제를 겪어 애플에 BGA 패키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콘은 삼성전자, 도시바, SK하이닉스 등에서 만든 플래시 메모리를 아이폰 메인기판에 실장하는 조립 업무를 담당한다.
애플은 폭스콘 요구를 받아들여 차기 아이폰용 플래시 메모리에 BGA를 적용할 것을 메모리 제조업체에 통보했다. 플래시 메모리는 단가가 비싼 부품에 속한다. 256GB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가격은 10만원이 넘는다.
BGA는 칩 I/O 전극마다 솔더볼이 붙는 패키지다. 솔더볼은 주석, 은, 구리 등을 합금한 납땜용(soldering) 구슬을 말한다. 지름 250미크론(㎛) 크기가 널리 사용되며 소형화하는 추세다. BGA는 실리콘 벽걸이처럼 애초에 접착제인 솔더볼을 붙인채로 출시된다.
애플은 BGA를 적용하며 EMI차폐를 고려해 기판과 칩 사이 간격을 최대한으로 좁힐 것으로 알려졌다. 칩 아랫면에 붙은 솔더볼을 녹여서 반구(球) 형태로 만드는 식이다. EMI차폐 업계도 패키징 변화에 대비한 차폐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표준화 단체 `오픈 낸드 플래시 인터페이스 워킹그룹(ONFI)`에 따르면 표준 LGA 패키지 전극개수는 52핀이다. BGA 표준은 63핀이다. ONFI에는 SK하이닉스을 비롯해 미국 인텔, 마이크론 등이 함께 했다. 낸드 플래시 업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일본 도시바는 참여하지 않았다.
애플 연간 아이폰 판매 대수는 2억1000만대가량이다. 63핀 BGA를 적용할 경우 연간 130억개 가량 솔더볼 수요가 발생한다.
솔더볼은 국산화율 진척이 다소 높은 반도체 소재다. 덕산하이메탈, 엠케이전자가 각각 세계 점유율 2위, 3위로 일본 센주메탈을 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솔더볼 시장 점유율은 센주메탈 40%, 덕산하이메탈 20%, 엠케이전자 19%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낸드 플래시 메모리 패키지에 적용한 BGA를 자사 다른 부품으로 확대하거나 애플을 따라 다른 업체들도 BGA를 적용할 가능성이 짙다”면서 “솔더볼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덕산하이메탈, 보광그룹 계열 휘닉스소재를 메인으로 센주메탈, 엠케이전자 등이 삼성전자 솔더볼 공급업체다. SK하이닉스에는 덕산하이메탈, 엠케이전자, 센주메탈과 함께 비상장 에스디에스가 솔더볼을 공급하고 있다.
이종준기자 1964wint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