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스프레이 방식의 새로운 반도체 전자파간섭(EMI) 차폐 기술을 개발, 6월부터 양산 라인에 도입한다. 그동안 해외 업체 외주 공정을 내재화하면서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다. 당장 애플이 요구하는 아이폰용 반도체에 EMI 차폐 공정까지 거쳐 외주 없이 직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공법을 도입하면서 국산 장비와 재료업체 등 후방 생태계도 조성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6월 스프레이 방식 EMI 차폐 1기 라인을 정식 가동한다. 그동안 연구개발(R&D)용으로 가동한 파일럿 라인을 양산 라인으로 전환한다. 양사는 지난주 내부 테스트 결과 양산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현재 양산 라인 전환을 위한 장비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
양사의 스프레이 EMI 차폐 공정 기술 상용화는 세계 최초다. 반도체 패키지 테스트(OSAT) 업계는 초박형 금속 차폐재를 씌우는 스퍼터 장비로 이 공정을 수행하고 있다. 스퍼터는 진공 상태에서 타깃이라 불리는 재료에 물리력을 가해 대상 표면에 박막을 고르게 증착시키는 장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잉크 재료를 사용하는 스프레이 방식이 투자비와 생산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습식 공정이어서 다루기가 쉽지 않고, 특히 재료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양사 모두 양산성을 확보했다”면서 “외주 업체를 거치지 않고 애플에 낸드플래시를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볼그리드어레이(BGA) 패키지 방식의 낸드플래시 칩이 EMI 차폐 대상이다. 다만 애플의 품질 인증 테스트 통과 여부가 변수다. 이 테스트를 통과하면 하반기 출시가 예고된 차기 아이폰부터 직공급이 가능해진다.
스프레이 EMI 공정 도입으로 후방 기업의 수혜도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프로텍의 패키지 표면 세정 장비와 경화용 오븐 장비, 스프레이 장비를 활용한다. 제너셈이 핸들러 장비를 공급했다. 잉크 EMI 차폐 재료는 덕산하이메탈, 엔트리움이 공급한다.
삼성전자가 온양 패키지 공장에서 활용하는 스프레이 EMI 장비와 핸들러는 SK하이닉스 장비와 일부 사양에서 차이가 나지만 기본적으로 동일한 제품이다. 패키지 표면 세정 장비는 제4기한국, 경화 장비는 오성엘에스티가 각각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잉크 EMI 차폐 재료는 관계사인 삼성SDI 전자재료 사업부를 포함한 글로벌 재료업체에서 조달한다. 스프레이 방식 EMI 차폐 1개 라인의 처리 용량은 칩 패키지 기준 하루 10만개다. 매달 300만개의 칩 패키지를 차폐할 수 있다. 애플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면 올 하반기에 추가 라인을 설치할 것으로 보인다.
EMI 차폐 기술은 전자파 간섭에 따른 예상치 못한 이상 작동을 방지한다. 간섭 걱정이 사라지면 칩의 실장 거리를 좁힐 수 있다. 완성품 크기를 줄이거나 배터리 용량을 키워 사용 시간을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 애플은 아이폰5부터 주요 반도체 부품 간 전자파 간섭을 줄이기 위해 이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화웨이 등 중국권 업체도 반도체 업계에 EMI 차폐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