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세잔과 에밀 졸라. 40년에 걸쳐 우정을 나눴다는 위대한 두 예술가의 민낯은 어떤 것일까?
‘라 붐’(1980), ‘여왕 마고’(1994)의 각본가로 친숙한 다니엘르 톰슨(74)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은 바로 그 관계를 탐구한다.
그림과 글짓기에 재능이 있던 세잔(기욤 갈리엔)과 졸라(기욤 카네)는 콜레주 부르봉(중등 과정) 시절부터 절친이다. 어려운 환경의 졸라에게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었던 부유한 가정 출신의 세잔. 성인이 되고 파리에서 각자의 예술혼을 펼친 뒤부터 두 사람의 인생은 역전된다.
졸라의 성공과, 당대 미술계에서 인정받지 못한 세잔의 처지가 엇갈리면서 두 사람은 점점 어긋나게 된 것. 원래 사이가 좋지 않던 아버지의 경제적 지원마저 끊겨 세잔은 설상가상의 상황을 맞게 되고 둘의 관계는 꼬여만간다.
게다가 세잔과 사귀던 여인(가브리엘)을 졸라가 아내로 맞고 가브리엘의 불임이 세잔과의 사이에 잉태된 영아의 낙태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면서 상황은 악화된다.
영화는 파리의 비평계에서 상처받은 세잔과 ‘드레퓌스 사건’을 통해 ‘행동하는 지성’으로 알려진 졸라와의 평생에 걸친 위대한 우정을 ‘역사 속 위인’이 아닌 ‘자신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친구’처럼 느끼도록 펼쳐보이고 있다.
오르세미술관의 그림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회화 속 인물과 풍경처럼 영화는 지극히 사실적이다. 마치 거장 피카소가 ‘우리 모두의 아버지’라고 찬사를 보낸 화가 폴 세잔의 그림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듯하다.
특히 영화 속에서 재현한 19세기 프로방스의 유려한 풍광은 더할 수 없이 고혹적이다. 이것이이 영화가 중장년층 관객을 사로잡으며 소리없이 장기 흥행 몰이 중인 이유다.
김인기기자 i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