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 1분기 영업이익이 분기 기준으로 10조원을 처음 돌파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 상승으로 수출액이 급증한 결과다.
29일 증권가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와 SK하이닉스가 1분기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 6조원과 2조원대를 각각 달성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디스플레이도 3분기 연속 1조원대 영업이익 돌파가 순조로운 분위기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1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후반대에서 6조원, SK하이닉스가 2조원 초반대 영업이익을 전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의 분기 최고 실적은 지난해 4분기에 달성한 4조9500억원이다 SK하이닉스는 2014년 4분기 1조6671억원이 최고 기록이다. 1분기 양사 영업이익률은 30% 중·후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호실적은 메모리 가격 상승 덕분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월과 2월 D램과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은 계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전반적으로 호황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미국 마이크론도 분기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마이크론은 지난주 열린 2017 회계연도 2분기(2016년 12월~2017년 2월) 실적 발표에서 매출 46억4800만달러, 영업이익 11억7700만달러를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업체가 공격적인 증설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번 메모리 호황은 상당히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1분기가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지난해 4분기를 상회하는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형 액정표시장치(LCD)와 중소형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수요 대비 공급 부족으로 높은 수준의 가격대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1분기 영업이익이 9000억원대에서 최대 1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성수기인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9043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1조3114억원임을 감안하면 한 분기 만에 연간 수준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연속 1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조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7세대 LCD를 생산하는 L7-1의 가동 중단으로 1분기에 LCD 생산이 줄었지만 전체 실적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양사가 높은 분기 실적을 달성한 것은 대형 LCD 패널의 수요 강세가 주효했다. 출하대수 성장은 주춤했지만 40인치 후반부터 50~60인치대의 대형 패널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높은 대형 패널 판매 비중이 높아졌다.
1분기 패널 가격 상승폭이 4분기보다 둔화했지만 대형 패널 중심으로 매월 가격이 상승한 게 영업이익 확대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TV용 패널뿐만 아니라 노트북, 모니터 등 정보기술(IT) 제품용 패널도 공급이 수요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함으로써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2017년 1분기 주요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 영업이익 전망 (자료: 증권가 추정)>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